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높아지게 됐지만, 덩달아 국민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과 청와대 조윤선 정무수석이 2일 국회를 찾아가 항의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문 장관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나 "보험료를 두 배로 올릴 자신이 없으면 소득대체율을 올려선 안 된다"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성이 우려되는 만큼,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야는 공적연금 강화 방안으로 2028년 이후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소득대체율이란 국민연금 가입자의 생애 전 기간 평균소득에 비교했을 때 국민연금 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리킨다.
현행 제도에서는 전 생애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인 경우 2028년 이후에 월 120만원의 국민연금을 수령하게 된다. 여야 합의대로 명목소득대체율을 끌어올릴 경우엔 이보다 25% 많은 월 150만원을 받게 된다.
그동안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너무 낮아서 도입 취지인 '노후 보장'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당초 정부가 설정한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가입기간 40년 기준으로 70% 선이었다.
하지만 1998년 1차 연금개편에서 60%, 또 2007년 2차 개편에서는 2028년까지 40%로 떨어지게 됐다. 명목소득대체율이 아닌 실질소득대체율로 봤을 때는 20% 안팎에 그칠 거라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득대체율을 다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공무원연금 실무기구가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을 결정하기엔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당장 청와대 측이 "연금 개혁 실무기구는 국민연금 강화 논의 권한이 없다"며 "소득대체율 인상에 합의한 것은 월권"이라고 강력 반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여야 합의대로 명목 대체율을 올리려면 물가 상승을 고려하지 않는다 해도 70조원 넘는 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8%까지 올려야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가뜩이나 '고갈 논란'에 휩싸여온 국민연금의 기금 소진 시기만 앞당기게 될 거란 얘기다. 보험료율은 1988년 3%로 시작해 5년마다 3%p씩 올라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험료율 인상을 위해선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여야는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만들어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공무원연금' 이슈에서 불거진 '국민연금 인상' 문제가 가을까지 새로운 사회적 갈등으로 급부상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