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가 나온다면 그만두겠다'는 발언의 의미는 "조사 대상이 되는 것만으로는 (사퇴를) 못하겠지만, 만에 하나 잘못한 게 있다고 밝혀지면 당연히 그만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야당 의원들의 거듭된 사퇴 요구에 이같이 답하면서 "검찰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나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비서실장이라고 해서 검찰에서 조사를 못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직 대통령도 검찰이 조사한 적 있고, 현직 대통령의 아들도, 형님도 조사한 적 있다"며 "수사를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앞서 회의 인사말을 통해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있는 내 이름이 진위 여부를 떠나 오르내리게 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금번 사건이 우리나라가 더 깨끗하고 투명한 나라로 거듭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성완종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는 응할 수 있고, 수사 결과 혐의가 입증되면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아직 진위가 가려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 거취를 결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저는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은 아닌데,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는 것 갖고 사퇴 여부를 여기서 말씀드리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며 "이름 석 자가 올랐다고 해서 (사퇴하는 건) 제 자존심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안 지가 30년이 되는 사이"라면서도 "오래 안 사이기 때문에 조언도 부탁해오고 했지만, 금전이 왔다갔다하는 사이는 절대로 아니었다"고 금품수수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성 전 회장과의 통화기록이 최근 1년간 140여 차례인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선 "저는 오는 전화는 다 받는 사람"이라며 "아마 90% 이상이 성 회장이 제게 건 전화"라고 답한 뒤 "두어 차례(통화)는 성 회장의 자살이 임박했을 때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이 실장은 지난해 국가정보원장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서울 도곡동의 한 커피숍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나 얘기를 나눈 것과 관련해선 "(성 전 회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걱정하는 얘기를 한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는 "(성 전 회장이) 최근 경남기업 수사와 관련해 '자원외교비리 같은 건 없다, 억울하다'는 것을 제게 여러 번 호소해 왔다"며 "검찰에서 수사하는 것에 대해 관여할 수 없는 입장이고, 그건 어렵다고 대답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최근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인두염과 위경련 증세로 치료 중인 사실을 청와대가 밝힌 게 부적절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는 "시시콜콜한 병명까지 나간 것에 대해 저도 잘 된 보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이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성 전 회장의 두 차례 특별사면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4·29 재·보궐) 선거 직전에 사면·복권 문제가 핫한 이슈였다"며 "국민이 의혹을 가진 것 같아 대통령이 발언하신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