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되고부터 리메이크 앨범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예전 노래들을 좋아한다. 또 최근 복고 열풍이 불지 않았나. 난 항상 대중의 성향에 따라가자는 주의다. 그런데 주로 90년대 댄스음악만 조명됐더라. 당시 댄스 말고도 다양한 장르의 명곡이 많았기에 손을 대보자고 결심했다."
수많은 명곡 중 과연 어떤 곡을 택할 것인가. 거미에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는 "물론 내가 좋아했던 곡도 있지만, 다른 가수들에게 추천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원곡과 너무 동떨어진 느낌의 곡을 선보이면 어렵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멋있지만 편하게 들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듣기 편하면서도 뭔가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고, 남자 노래를 여자인 내가 부르는 게 어떨까 싶었다."
아쉽게 앨범에 실리지 못한 곡도 많다고. 거미는 "워낙 명곡이 많아서 정규 앨범을 내도 모자랄 정도로 욕심이 났다"며 "원곡자의 허락을 받지 못해 부르지 못한 곡도 있다. 직접 해보니 리메이크 앨범을 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 회상했다.
타이틀곡은 '절친' 박효신의 데뷔곡인 '해줄 수 없는 일'이다. 거미는 "이 시점에 내가 데뷔 시절 불렀던 발라드곡을 불러야겠다고 느꼈고, 가장 비슷한 곡이 바로 이 곡이었다"고 말했다.
"'해줄 수 없는 일'은 친한 친구 박효신의 데뷔곡이다. 비슷한 장르인 친구의 음악이자 내 데뷔곡과 비슷한 느낌의 음악을 한다면 더 의미가 있을 거라고 봤다. 또 내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만족해하지 않을까 싶었다. 워낙 효신이가 음악적으로 깐깐한 친구라 잔소리를 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마음에 들어하더라. (웃음)."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배우 조정석과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사랑꾼'인 그가 이별 노래를 불렀다는 점이다. 달달한 사랑 노래를 불러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은 거미는 수줍은 표정으로 이에 관한 질문에 답했다.
"그것 때문에 고민하긴 했다. (웃음). 나도 결혼한 선배들이 행복한 모습을 보이다 이별 노래를 하면 의아하고 몰입이 안 된다고 생각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연애를 하면 감정 세포들이 좀 더 살아 있어서 노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인 조정석은 '가수 거미'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고. "(조정석) 오빠가 작업할 때부터 모니터링을 많이 해줬다. 팬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주려고 하더라. 음원이 공개되고 난 뒤에는 굉장히 놀라고 좋아했다. '네가 이런 사람이야', '이렇게 치열한 가요계에서 이 정도 관심은 대단한거다'라고 해줬다. 하하. 차트에서 1위했을 때 캡처도 해주고 그랬다."
"최근 부산에 간 적이 있는데, 해운대에서 밤새 버스킹을 하시는 분이 있엇다. 처음엔 시끄럽다고 느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버스킹을 해본 적이 없더라. 방송 활동도 많이 하지 않으니까 내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많이 기회가 없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청계천 등에서 버스킹을 했는데, 참 좋았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다른 가수분들도 많이 하기 시작하더라. 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 싶어 신기했다."
거미는 이번 리메이크 앨범을 통해 "음악적 칭찬보다 감정의 움직임을 느꼈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또 "그때 당시의 추억을 느낄 수 있다면 보람될 것 같다"고 소망했다. 가수로서 좀 더 장기적인 바람은 오랫동안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란다.
"요즘 들어 평생 노래한 선배들이 위대하다는 걸 알겠더라. 중간에 위기들이 많이 온다. 나도 음악이 싫을 때가 있다. 즐기지 못하고 분석하려 할 때 그렇다. 지쳐있는데 어디서 또 음악이 나오면 안 듣고 싶더라. 그럴 때 말고는 음악은 내 몸에 붙어있는 느낌이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언제까지 음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고 싶은 게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