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연기돌'을 향한 편견은 그에게 해당하지 않았다. 그는 생활고 청춘 동우 역할을 맡아 배우 김우빈과 강하늘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며 제 몫을 다 해냈다.
훌륭히 주연 신고식을 치렀음에도, 그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봐도 봐도 부족하다'며 자신의 연기에 대해 쓴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무대 위가 아닌, 스크린 속 준호는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잠시 2PM 준호의 모습을 내려놓은 배우 이준호를 취재진이 만났다. 다음은 이준호와 취재진의 일문일답.
▶ 첫 주연작이었는데 본인의 연기는 어땠나요?
제 연기는 많이 부족하고 아쉽죠.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그랬어요. 첫 주연이다보니까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 어떻게 보면 셋 중에서는 가장 평범한 캐릭터였는데, 괜찮았나요?
동우 캐릭터가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는데 얼마나 밝을 수 있겠어요. 그 두 사람과는 당연히 다르죠. 저 같은 경우는 톤이 다운된 캐릭터를 담당해 공감대를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더 튀거나 할 필요 없이, 친구들을 만났을 때는 튀면서 재밌을 수 있고요.
동우 같은 경우는 '섹드립'을 많이 하지 않아서 편안했어요. 욕은 셋이 똑같이 하는데 15세 관람가다 보니까 많이 잘렸죠. 촬영 자체가 편해서 그런 것들이 굉장히 잘 나왔어요. 처음에는 민망해서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촬영 분위기가 좋아서 부담없이 했죠.
▶ 실제로 스무살 남자들끼리 모이면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 같아요.
여자들이랑 똑같죠. 여자들도 남자들 이야기하고 하잖아요? 더할 건 없는 것 같아요. 남자들이 주인공이다보니까 그 시점에서 많이 이야기를 하는데, 재미도 있으면서 과장된 부분도 있죠.
▶ '스물'이라는 나이를 표현하는 건 어땠나요?
그런 느낌 살리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아직도 저한테는 열일곱 살, 연습생 생활 때의 그 느낌이 있거든요. 오히려 대리만족하는 것이 있었죠.
집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집에서 반대를 했던 일이라, 손을 내밀고 싶지 않았죠. 회사(JYP 엔터테인먼트)에 틀어박혀서 연습만 하고, 아팠던 적이 있었는데 집에 이야기를 못하겠더라고요. 괜히 오라고 할까봐. 병원에 갈 돈이 없어서 아는 형 도움으로 병원에 갔어요. 동우는 아무리 힘들어도 밝은 기운으로 잘 이겨내는데 저는 연습생 생활이 많이 힘들었어요. 데뷔 여부와 현실 그리고 꿈 사이에서 방황하다 살아남은 것 자체가 큰 목표였죠.
▶ 스무살에 2PM으로 데뷔를 했고, 그 전에는 연습생이었는데 그 또래 평범한 삶은 부럽지 않았나요?
그 시기에 철이 많이 들었죠. 겉늙고, 애늙었어요. 너무 눈치를 보고 살았다고 해야 되나. 그 나일 또래 애들처럼 살지는 못했죠. 그렇지만 부러운 건 전혀 없어요. 그게 부러울거면 도전하지 않는 게 낫죠. 말 그대로 제가 선택한 것이지, 포기한 게 아니잖아요.
▶ 남성 중심적인 영화라는 평도 있어요.
남자만 저럴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돼요. 어느 순간 내가 치호일 수도, 동우나 경제일 수도 있는 거거든요. 남자가 이야기를 풀어낸 것 뿐이지, 남자들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에요. 스무 살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부터 삶에 있어서 공감가는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우영이 형 밖에 못봤어요. 다른 멤버들한테는 보라고 윽박질러놨죠. 우영이 형은 동우 캐릭터가 좋았다고, 저랑 잘 어울렸다고 하더라고요. 제 중고등학교 친구들도 다 보여주고 싶고,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네가 지금 저기 나온다'고 그렇게 얘기할 정도로 다 공감할 수 있어요.
▶ 배우 이준호에게 영화 '스물'이란?
스물에 가수 데뷔를 했는데, '스물'이 또 첫 주연작이네요. 정말 좋은 친구들과 감독님과 재밌게 촬영한 부분이 제게는 좀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 앞으로 배우의 길은 계속해서 걸을 생각이죠?
이왕 시작한 거 성공하고, 잘하고 싶어요. 제가 할 수 있고 잘 살릴 수 있는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든지 하려고요. 도전정신이 충만한 상태입니다. '시나리오만 들어와봐라'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