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르포] 회계사 꿈꾸던 막내딸…"어디 갔니 내 딸아"

카트만두로부터 동쪽으로 44㎞ 떨어진 멜람치 인근 바우네 빠띠버잔 시장 마을의 건물들이 지진으로 인해 잔해만 남았다. (카트만두 = CBS노컷뉴스 장성주 특파원)
"너무 사랑하는 내 막내딸이라 손에 흙 한번 묻히지 않고 키웠는데…."

29일(현지시각)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44㎞ 떨어진 멜람치 인근 바우네 빠띠버잔 시장 마을.

1남 3녀 중 막내딸을 잃은 나니머야 스레스타(52·여)씨는 시름에 빠진 듯 한 얼굴로 힘겹게 입을 뗐다.

"저와 가족들은 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딸(18)은 12학년(우리나라의 고등학교 3학년)이라 공부를 하겠다며 혼자 집 안에 있었지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이었다. 엄마는 회계사를 꿈꾸는 딸을 카트만두에 있는 대학교에 보내기 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했다.
카트만두로부터 동쪽으로 44㎞ 떨어진 멜람치 인근 바우네 빠띠버잔 시장 마을에서 한 주민이 지진으로 인한 희생자가 발견된 당시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카트만두 = CBS노컷뉴스 장성주 특파원)

하지만 지난 25일 발생한 지진으로 딸은 짧은 비명만 남긴 채 잔해 더미에 파묻혔고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너무너무 착한 아이였어요. 속 한번 썩이지 않고 곱게 자란 아이라 다른 아이들보다 더 사랑스러웠지요. 공부는 또 얼마나 잘했다구요."

딸 머니파 스레스타양은 우리나라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격인 ESC(네팔의 졸업시험)에서 2등급을 받았다. 네팔의 상위권 대학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이었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다치지 않았지만 스레스타씨는 딸을 잃었다는 사실을 아직도 받아들이기 버거운 상황이다. 또래 아이들의 목소리만 들려도 ‘우리 딸이 왔나’ 싶은 생각에 아직도 가슴이 쿵쾅거린다.

애써 딸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말을 건네는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어떻게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갔니?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묻고 싶어요. 더 잘해 줄 걸 하는 생각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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