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광주고법 제5 형사부(재판장 서경환 부장판사)는 살인 및 살인 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가 된 뒤 1심에서 살인죄는 무죄 선고받고 유기치사.상 혐의 등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36년을 선고받은 이 선장에 대해 1심을 깨고 살인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장으로서의 막대한 권한과 책임에 비춰 400여 명의 승객이 익사할 수 있는 사정을 알면서도 골든타임에 아무런 구호조치도 하지 않고 퇴선방송도 하지 않은 채 먼저 탈출한 사정에 비춰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라며 이같이 판결했다.
◇ 이 선장, 퇴선방송 지시 없어
재판부는 "1심에서 이 선장의 승객 등에 대한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했으나 선장과 선원들이 세월호를 탈출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승객들에 대해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 점으로 볼 때 이 선장의 퇴선방송 지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승객 등에 대한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면 이 선장의 퇴선명령에 수반하는 조치 즉 해경 등 구조세력에 대한 승객 구조 요청 등이 이뤄져야 함에도 선장 등 탈출 당시 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재판부는 파악했다.
이와 함께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고 강 모(43) 1등항해사와 조 모(56) 조타수 등의 법정 진술이 있었지만 승객들이 선내 대기하는 상황에서 먼저 탈출한 선장 및 선원들로서 퇴선방송 지시도 없이 퇴선한 사실이 알려지면 극심한 비난에 노출될 것을 염려해 이를 은폐하려는 내심의 동기가 강할 것으로 보여 재판부는 이들의 진술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여기다 김 모(47) 2등항해사가 세월호 침몰 당시인 오전 9시 37분에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탈출" 교신한 사실을 1심에서 유력한 퇴선 방송 지시의 근거로 보고 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교신과 달리 승객에 대한 퇴선방송은 실제 이뤄지지 않았고 "탈출할 수 있는 사람만 일단 탈출 시도"하라는 표현은 "승객 전체"에 대해 이뤄져야 하는 "퇴선명령"과도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 이 선장, 살인의 미필적 고의 인정
무엇보다 이 선장은 세월호 사고 당시 승객 등의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조치를 결정할 법률상.사실상 유일한 권한을 가진 지위에 있었고 이런 권한 및 지위를 누구도 대신 이행할 수 없었지만, 이 선장은 이른바 "골든타임"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등 구조작업이나 승객 안전에 대한 선장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먼저 퇴선했다.
심지어 이 선장은 퇴선 뒤에도 승객 구조에 관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해경정의 선실로 들어가 버렸고 사고 현장을 떠나 진도에 있는 병원에서 신원이 밝혀질 때까지도 신분을 밝히지 않아 이 선장의 구호조치 포기와 승객 방치 및 퇴선행위(부작위)는 "살인의 실행행위"와 같게 평가할 수 있다고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했다.
◇ 이 선장 승객 방치, 야간 당직의사 생명 위독 환자 방치와 동일
재판부는 이같은 이 선장의 행태는 마치 고층 빌딩 화재 현장에 구조를 위해 출동한 소방대장이 빌딩 안의 승객들 구조를 외면한 채 옥상의 구조 헬기를 타고 먼저 빠져나오는 행위나 야간 병원 응급실을 지키던 유일한 당직 의사가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방치하고 병원에서 빠져나오는 행위에 견줄 만 하다고 질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같은 법리적 사실에 비춰 세월호 이 선장에 대해 무죄로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