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바로 앞까지 수북이 쌓여있던 쓰레기가 복도로 '와르르' 쏟아졌다.
이들을 걷어내고 살펴 본 집 안에는 빈 페트병, 비닐, 오물묻은 기저귀 등이 어른 가슴 높이만큼 쌓여 있어 쓰레기 매립장을 방불케했다.
기저귀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17)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마대자루에 담아내기 위해 쓰레기가 한 삽 한 삽 퍼질 때마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집 안 가득 회색 먼지가 피어올랐다.
권선구청 한 직원은 "화장실과 거실에 오물이 묻은 기저귀들이 나뒹굴고 있었고 집안 곳곳에는 죽어있는 바퀴벌레 수십마리가 나왔다"며 "줄지 않는 쓰레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기분이다"고 혀를 내둘렀다.
청소가 시작된 지 4시간이 넘었지만 이제 겨우 3분의 2 정도의 쓰레기가 치워졌다.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한 5층짜리 아파트에서 인근 주민이 "3층 아파트 베란다에 남자아이가 옷을 벗고 매달려있다"며 112에 신고했다.
굳게 잠긴 현관문 대신 옥상에서 로프 등을 이용해 집 안으로 들어간 소방대원들과 경찰은 쓰레기 더미 위에서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은 10대 남매 2명을 발견했다.
오빠는 현재 모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여동생(16)은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입소했다.
경찰은 이들을 방치한 어머니 A씨를 아동학대로 보고 형사입건할 예정이다.
이날 밖에 나와 청소 작업을 지켜보던 같은 아파트 한 주민은 "이집 아들이 평소 옷을 벗고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많았지만 장애를 앓고 있는 등 사정이 딱해 위험하거나 시끄러운 경우만 아니면 이해하고 넘어갔다"면서 "복도를 오가면서 악취가 나긴 했지만 집 안에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쌓여있었는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A씨가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경리로 일했던 것도 수년여전 집을 나가 지난해 이혼한 남편 대신 홀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A씨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주민들 덕이었다.
그러나 A씨는 공금 1천900여만원을 횡령했다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또다른 주민은 "집안 정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아 집안 청소를 해주겠다고 수년 전부터 제안했지만 A씨가 계속 거부했다"며 "경리로 일을 시작하고 처음 2∼3년 동안은 문서 정리도 잘하고 사무실도 깨끗하게 유지했는데 어느 순간 사무실도 쓰레기로 가득차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참다 못한 주민들이 아동학대 의심 신고도 했지만 딸이 "(생활이)불편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고 말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 2월 소유하고 있는 해당 아파트를 매매한 A씨는 오는 7월 이사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아파트를 팔고 받은 돈으로 69개월 간 체납한 관리비 등 400여만원을 최근 겨우 갚았다.
관할 구청 관계자는 "A씨가 2010년부터 아이의 장애 등급, 한부모가정 신청과 관련해 상담받았지만 당시 A씨가 자가주택을 소유한 점 등 때문에 지원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다"며 "최근 아파트를 매매했고, 남편과도 법적으로 이혼해 어제(27일) A씨에게 기초수급자나 한부모가정 관련 절차 안내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부모가정 등으로 선정되면 생계비, 주거급여, 교육급여, 의료급여 등을 지원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