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9시15분부터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강연을 했다. 강연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하버드 건물 주변에는 피켓을 손에 쥔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피켓에는 "가슴 아프다는 것은 사과가 아니다", "진실은 다시 쓸 수 없다" , "역사를 직시하라" 등이 쓰여 있었다.
학생들은 아베 총리의 강연장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일렬로 서서 침묵 시위를 벌였다. 일부 학생들은 흰 마스크에 검은색 X자 테이프를 붙이고 침묵의 뜻을 강조했다.
강연장 바로 앞에는 "지금 당장 분명하게 사과하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87) 할머니도 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 할머니는 "내가 일본군 성노예의 생존자"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아베 총리의 과거사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현지 교민들도 이미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진을 들고 나와 아베 총리의 사과를 요구했다. "아베는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와 "아베, 거짓말을 멈추라" 등의 구호가 이어졌다.
예상 밖의 많은 학생들이 시위에 나서자 아베 총리는 정문을 이용하지 못하고 다른 출입구를 이용해 강연장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수 할머니는 "한나라의 총리가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가야지, 죄를 지어서 떳떳하게 앞으로 못 나오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아베 총리가 강연할 때 연단에는 좁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7~8명의 경호원이 배치되는 등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또 강연장 내 간이 생수통 반입까지 금지시키는 등 보안 검색이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할머니는 전날 하버드 학생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성 노예로서 겪은 끔찍했던 경험을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