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은 만 3~5세 유아들의 학비와 보육료를 국가가 모두 지원해주는 교육 과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올해 누리과정에 필요한 전체 예산은 3조 9천억원이지만, 부족한 예산이 1조 8천억원에 육박하는 상황. 이에 여야는 지난달 10일 "지방재정법 개정과 누리과정 지원 국고예산 5,064억 원 집행을 4월 중에 동시에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지방채 발행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개정을 놓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여야간 기싸움이 이어지면서 이달중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러다보니 '동시 처리'로 연계된 국고 지원도 늦어지면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못한 지역 교육청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강원과 전북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기한인 25일까지 원생 1인당 7만원인 누리과정 운영비를 관할 어린이집에 지급하지 않아서다. 강원의 경우 미지급액이 13억원, 전북은 16억원이다.
특히 다음달 10일까지 원생 1인당 22만원씩 4월치 보육료를 지원해야 하지만, 역시 관련 예산은 전무한 상태다. 강원도가 내야 할 보육료는 40억원, 전북은 50억원에 이른다.
광주와 인천의 경우도 상황은 심각하지만, 일단 땜질 처방으로 발등의 불만 끈 상태다. 광주의 경우 교육청이 "정부 지원금이 나오면 주겠다"고 호소하자,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시가 60억원을 대신 지원했다.
인천 역시 시가 나서 이달 부족분 100억원을 대납하도록 보건복지정보개발원의 협조를 구해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현행 체계는 학부모가 '아이사랑카드'로 보육료를 결제하면, 카드사가 어린이집에 돈을 준 뒤 보건복지부 산하인 개발원으로부터 돈을 받는 식이다. 개발원은 지자체를 통해 교육청으로부터 최종적으로 돈을 받게 된다.
역시 다음달 18일이면 관련 예산이 바닥나는 경기도교육청 역시 '미봉책'으로 추경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한 달치 누리과정 예산 860억원을 추가 편성, 다음달 도의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가 약속한 국고 지원이 이달안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달부터 전국 곳곳에서 '보육대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앞서 이완구 총리와 최경환·황우여 부총리는 지난달 10일 만나, 강원·전북·광주·인천·제주·서울 등 상황이 급한 6곳에는 3월중이라도 먼저 예비비를 투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4월이 끝나가는 현재까지 국고 지원이 이뤄진 곳은 전무하다.
정부가 편성해둔 5064억원의 목적예비비 지원이 이뤄진다 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해 '교부금 지방채' 1조 3천억원을 발행한다 해도 4600억원 넘는 예산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도교육감협의회 한 관계자는 "누리과정은 대통령 공약 사항으로 정부가 책임지고 시행해야 할 사업"이라며 "마치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해야 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