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민주·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 25명이 일본의 침략 전쟁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등에 대한 아베 총리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는 등 미국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대응 논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함과 동시에 미국 조야에 아베 정부의 '왜곡된 역사관'과 '억지 주장'을 교묘히 전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6일(현지시간) 미 법무부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외국로비정보공개'(FARA) 자료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16일 주미 일본 대사관을 통해 워싱턴DC의 대형 홍보자문회사 '대슐 그룹'과 고용 계약을 체결했다.
대슐 그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불리는 톰 대슐 전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끄는 회사로, 그의 명성만큼 미 정치권을 비롯해 여론 주도층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슐 전 원내대표는 오바마 정권 출범 초기인 2009년 보건장관으로 지명되기도 했으나 탈세 혐의 논란 끝에 사퇴했다.
주미 일본 대사관과 대슐 그룹이 서명한 계약서 상의 고용목적을 보면 대슐 그룹이 일본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정책적 이슈와 관련해 일본 대사관에 자문 및 지원 역할을 해 주는 것으로 명기돼 있다.
FARA에는 아직 세부 계약서가 올라 있지 않아 금액을 당장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전의 사례로 볼 때 상당한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는 버지니아 주 정부의 동해병기 저지,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설립 저지 등을 위해 2013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초까지 일본 대사관을 통해 워싱턴 대형 로펌인 '헥트 스펜서 앤드 어소시어츠', '호건 로벨스'와 각각 용역계약을 맺고 미 의회와 행정부, 싱크탱크를 상대로 로비를 전개했다.
당시 호건 로벨스와는 21만 달러, 헥트 스펜서와는 7만5천 달러에 각각 용역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대슐 그룹을 통해 아베 총리의 방미 활동상과 더불어 왜곡된 역사관을 집중적으로 홍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뉴욕타임스(NYT)와 포브스 등 미 주류 언론까지 나서 아베 총리의 '과거사 부정 및 외면' 행보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상황에서 미 정치권과 언론 등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일 간의 '신(新)밀월관계'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아베 총리는 그동안 과거 식민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부정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자라고 표현하는 등 끊임없이 '과거사 물타기'를 시도해 왔다.
이번 미 의회 연설에서도 과거 전쟁 범죄와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진솔한 사과보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거나 아예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아베 총리에 대한 국제적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