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꼴찌를 도맡았던 팀이라 그럴 겁니다. 한화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이자 최근 6시즌 중 5번이나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 한국시리즈(KS) 10회에 빛나는 명장 김응용 감독(74)도, 총액 137억 원을 들인 FA(자유계약선수) 효과도 소용이 없었던 한화였습니다.
하지만 '야신' 김성근 감독(73)이 부임하면서 달라질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김응용 감독이 깔아놓은 바탕에 김성근 감독 특유의 지옥 훈련이 더해진 한화는 올해 초반이지만 선전하고 있습니다. 27일 현재 12승10패로 SK와 함께 공동 4위로 1위 삼성과는 2.5경기 차입니다.
한화는 주말 SK와 3연전을 싹쓸이했습니다. 최근 10경기 7승3패,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김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쳐 연이은 접전을 이겨나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22일 경기에서는 권혁의 볼을 가볍게 두드리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명장의 '볼 터치'에 결혼 6년차 아빠인 권혁은 웃으면서 역투로 화답했습니다. 26일에는 '접촉'은 없었지만 역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권혁은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사실 대화 내용은 별다른 게 없었습니다. 권혁은 "(감독님이) 올라오셔서 특별한 말씀은 하시지 않았다"면서 "그저 '괜찮냐, 힘들지 않느냐' 등의 얘기였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사기를 올리는 데는 충분했습니다. 권혁은 "감독님이 직접 올라오신 것을 보니 '나를 그만큼 믿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고 웃었습니다. 이어 "신뢰를 보내주시는 만큼 나도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던졌다"고 했습니다.
결과는 최상이었습니다. 권혁은 22일 3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렸고, 26일에는 1⅔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 권혁은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를 불어넣어주시고, 책임감을 가지라'는 감독님의 메시지"라고 강조했습니다.
평소에도 김 감독과 특별히 말을 많이 한 게 아니기도 했던 까닭도 있었습니다. 권혁은 "감독님과는 (스프링캠프 때부터도) 대화를 많이 나눈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야말로 '서프라이즈'였던 겁니다.
김 감독은 가끔 애정 표현을 그렇게도 합니다. 지난해 권혁을 비롯해 배영수(34), 송은범(31) 등 FA(자유계약선수) 3인방 입단식 때도 그랬습니다. 김 감독은 송은범에게 꽃다발을 전하면서 가볍게 뺨을 때렸습니다. SK 사령탑 시절 가르쳤던 송은범에 대한 사제의 정을 드러낸 겁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따끔한 질책의 의미도 있었습니다. 김 감독은 당시 "송은범이 헤매고 있어서 '정신을 차리라'는 의미였다"고 살짝 어루만진 행동의 속뜻을 밝혔습니다. 권혁에게도 더 집중력을 발휘하라는 주의 환기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일구이무(一球二無)'의 신조에서 보듯 냉정하고도 엄격한 승부사로 이름을 날렸던 김성근 감독. 하지만 야신이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과연 올해 한화의 성적도 달라질 수 있을까요?
p.s-권혁은 야구인생에서 김 감독과 처음 한화에서 만났습니다. 첫 해부터 김 감독의 애정(?)을 담뿍 받고 있는 겁니다. 볼까지 어루만져준 김 감독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을까요? 권혁은 이 질문에 "특별히 감독님께 하고 싶은 말은 없다"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권혁이 답을 피한 이유에 대한 실마리는 다음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올 시즌 전 혹독했던 스프링캠프에 대해 권혁은 "어떤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기사나 사진으로 보셨잖아요"라고 반문하면서 "엄청 힘들었다"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애증이 섞였던 권혁의 답변. 야신이 조금 부드러워졌다고는 하지만 훈련만큼은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