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는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투톱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야당과의 협상국면이 주요한 이슈가 될 때는 원내대표가, 반대로 선거가 있을 때는 선거를 총 지휘하는 당대표가 중심에 서는게 일반적이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이완구 총리는 원내대표 시절 세월호특별법을 두고 야당과 협상을 진행하고 예산안을 적기에 통과시키면서 몸값을 한 껏 높였고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총리자리에 오르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난 10일 공개된 성완종 리스트는 두 사람의 위상과 몸값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총리지명 이후 '충청대망론'과 함께 여권의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던 이완구 총리는 사의를 밝힌 채 대통령의 귀국을 기다리는 형국이 됐다.
반면 김 대표의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김 대표는 26일, 경기 성남의 한 교회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대통령 사과 재요구와 관련해 "검찰수사 진행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의 사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7일 새벽 박 대통령이 귀국하면 사과를 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박 대통령과 김 대표 사이에 모종의 교감이 있다는 것을 나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 대표는 앞서 중남미 방문을 위해 출국하기 불과 두 시간을 앞둔 시점에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를 하면서 여권내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대통령이 장기순방을 나갈 경우 권한대행이 되는 총리를 불러 국정의 원활한 관리를 당부하거나 총리와 집권당 대표단을 함께 초청해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과 비교하면 대통령과 여당대표의 독대는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 졌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사실상 이완구 총리의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전했고 긍정적인 답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이완구 총리의 전격 사의표명 역시 김무성 대표와 무관치 않다는것이 중론이다.
김 대표는 이날 아침 현장선거대책회의 직후 가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완구 총리의 조기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를 최고위원들로부터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당의 핵심관계자는 "그날 논의는 김무성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재보선을 채 열흘도 남기지 않은 정국의 방향전환을 김 대표가 시도했다는 것을 시사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대권주자로 꼽혔던 이완구 총리는 조기사퇴의사 표명으로 가닥잡고 또다른 잠룡으로 불리는 홍준표 경남지사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여권내에서 차기대권 가도의 잠재적 경쟁자들이 상처를 입은 상황이 된 것이다.
반면 김무성 대표의 최근 지지율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이어 두번째로 올라서기도 하는 등 김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혜택을 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변수는 사흘 앞으로 다가온 4.29 재보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후보들이 수도권 3곳 가운데 적어도 2곳에서 뱃지를 거머쥐게 된다면 김 대표의 위상은 더 강화될 수 있다.
인천 서구.강화을을 제외하고는 모두 야권이 의석을 쥐고 있었던 곳이기 때문에 여권에는 최대 악재인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도 불구하고 2곳 이상을 차지한다면 '개선장군'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오랜 텃밭이었던 인천 서구강화을을 지키는 수준에 머문다거나 아예 잃어버리고 적진은 접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계산은 좀 복잡해 진다.
이른바 '원래친박'은 아니지만 '친박양자'로 받아들이고 원내대표로 세운뒤 총리자리까지 올렸던 이완구 총리의 사의표명으로 심기가 불편해진 당내 친박들로서는 책임을 김무성 대표에게 씌우면서 '특단의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래저래 김무성 대표는 재보선 결전을 사흘 앞둔 마지막 일요일인 26일을 포함해 막판 유세전 지원에 몸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