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견상의 방미 형태는 '공식방문'(official visit)이지만 '국빈방문'(state visit)과 동일한 수준의 파격적 예우가 준비돼 있다.
무엇보다도 보스턴-워싱턴DC-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로 이어지는 8일간의 방미 기간 자체가 이례적이다. 통상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정상들의 체류 기간은 대체로 4∼5일에 그치고 있다. 1997년 10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9일간 국빈 방문한 것이 외국 정상으로서는 가장 길었다.
의전 면에서도 ▲공항영접 행사(Arrival Ceremony) ▲백악관 공식만찬(State Dinner)이라는 국빈방문의 기본요건을 갖추고 있다.
아베 총리의 워싱턴DC 방문 일정은 27일 오후부터 시작된다. 우선 아베 총리가 첫발을 내딛는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는 19발의 예포가 발사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원수가 아닌 행정수반인 탓에 국빈방문(21발)보다는 두 발 적지만, 미군 의장대의 사열이 있을 예정이다. 숙소는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다.
28일 백악관 환영행사도 외국 정상에게 베풀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의전으로 꾸며진다. 아베 총리 내외가 백악관 남쪽 뜰에 도착하면 기다리고 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내외로부터 환대를 받고 이어 백악관 북쪽 노스 포르티코로 이동해 공식 만찬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외국정상을 위한 백악관 공식 만찬은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포함해 모두 7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통령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디자인에 참여해 제작된 오바마 행정부의 공식 식기가 처음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양국 관계의 격상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29일로 예정된 아베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이다.
전후 70년간 일본 총리를 냉대해온 미국 의회가 사상 처음으로 아베 총리에게 상·하원 합동연설을 허용해줬기 때문이다. 40분간 진행되는 이번 연설은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세계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미·일 신밀월 관계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또 다른 이벤트는 26일 미국 도착 당일 저녁으로 예정된 존 케리 국무장관의 보스턴 자택 만찬이다. 케리 장관이 아베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을 사적인 공간으로 초청한 것은 양국 관계의 친밀도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평가되고 있다. 바로 다음날인 27일 양국은 '2+2'(외교·국방장관 회담) 회의를 열어 일본 자위대 역할의 지리적 제약을 푸는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합의할 예정이다.
이처럼 오바마 행정부가 아베 총리에게 파격적 예우를 하려는 데에는 실리 외교가 자리하고 있음이 물론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미·일 안보협력 강화 등 미국이 간절히 필요로 하는 선물 보따리를 들고오는 아베 총리를 향해 미국으로서도 '러브콜'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내심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도 '과거사'보다 안보·경제협력이라는 '실리'를 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는 게 워싱턴DC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