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23일 두산에게 패하면서 9승11패, 10개 구단 중 8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5할에 못 미치는 성적이 적어도 서건창의 부상 때문 만은 아닌 것 같다. 물론 2루 포지션에서는 공백이 있겠지만, 1번타자 자리에는 공백에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바로 2011년 입단한 고종욱(26) 덕분이다.
서건창과 동갑내기인 고종욱은 2011년 3라운드 19순위로 넥센에 입단한 외야수다. 우투좌타에 빠른 발로 기대를 많이 모았다. 루키 시즌이었던 2011년에는 54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8리를 기록했고, 상무에서 병역을 마쳤다. 하지만 전역 후 돌아오니 1군에는 고종욱의 자리가 없었다. 지난해 8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올해도 퓨처스리그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서건창의 부상으로 기회가 왔다. 서건창의 부상과 함께 염경엽 감독은 1번타자 찾기에 나섰다. 이택근, 김하성을 차례로 써봤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국 16일 SK전부터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5할2푼5리를 기록했던 고종욱에게 기회를 줬다.
고종욱은 펄펄 날기 시작했다. 첫 선발 경기에서는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17일 KIA전부터는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23일 두산전까지 6경기 연속 멀티히트다. 타율도 4할2푼4리까지 치솟았고, 홈런 2개, 2루타 2개에 8득점을 기록 중이다. 적어도 1번 타순에서는 서건창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넥센도 고종욱이 멀티히트를 친 6경기에서는 4승2패다.
두산과 3연전에서 1승2패로 밀리는 가운데 고종욱은 혼자 7개의 안타를 몰아쳤다. 특히 23일 경기에서는 두산의 9안타 가운데 3안타를 고종욱이 때렸다.
향후 서건창이 돌아와도 1번 자리에는 계속 고종욱이 설 것으로 보인다. 염경엽 감독도 "이제 우리 1번은 고종욱이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간다"고 말했다. 고종욱이 지금처럼 1번을 책임지면 서건창을 더 요긴하게 쓸 수 있기 때문. 사실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에도 고종욱 1번, 서건창 3번 카드를 잠시 사용했었다. 3번 서건창은 4번 박병호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비록 지난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섰던 넥센은 주축 선수들의 이적, 부상으로 시즌 초반 하위권에 처져있다. 하지만 덕분에 고종욱이라는 1번타자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