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남미동포들 앞에서 '사회개혁' 용어 꺼낸 이유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후(현지시간) 페루 리마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중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동포들을 잇따라 만나 "사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사회개혁이라는 말을 쓴 것은 이번 중남미 순방 때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동포들 앞에서 반복하고 있는 이 '사회개혁'이라는 말에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 이에 따른 국정 공백 우려 등 국내 정국의 난맥상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응 의지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이 말을 처음 쓴 것은 지난 19일 페루 동포 간담회에서였다.

박 대통령은 100여명의 페루 동포들을 초청해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우리사회의 적폐 해소와 사회적 개혁에 박차를 가해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그래서 동포 여러분들이 더욱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동포들이 자랑스러워할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틀 뒤인 21일 칠레 동포 간담회에서 그대로 반복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칠레에 도착하자마자 동포 만찬 간담회를 열고 "지난 시대의 눈부신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현재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여러 적폐들을 해결하면서, 국가경쟁력을 높여가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창조경제'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사회개혁에 박차를 가해서 반드시 경제재도약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완구 국무총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 대통령의 두 발언에 차이가 있다고 하면, 페루 발언이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이 공식화되기 전이고, 칠레 발언은 그 이후라는 차이가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의 발언을 국정 현안에 대한 원론적이고 의례적인 언급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중남미 순방외교 일정 중 동포 간담회가 국내 현안과 관련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이 평소 사용한 적이 없는 '사회 개혁'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여기서 '나름의 이유'는 바로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이 총리의 사의 표명, 이에 따른 국정운영의 난맥상 등 집권 3년차 레임덕 위기에 대해 박 대통령이 정면 대응하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국내 정국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은 두 차례 동포간담회가 열리기 전후인 21일 구체적으로 표명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이 총리의 사의표명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며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서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 주기 바라고,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한 만큼 국회에서도 민생법안처리에 협조해 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사용한 '사회 개혁'과 '정치 개혁'의 관계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사회개혁이 정치개혁을 포함하는 보다 큰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해 여야를 가리지 않는 수사를 통해 정치개혁을 꾀하고,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현재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관측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4일로 예정된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도 박 대통령이 강조한 사회개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사회개혁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동원해야 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상황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이 오는 27일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국내 정국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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