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오후 2시께 검찰에 출석한 그는 12시간가량 조사 받고 새벽 2시께 귀가했다.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취재진을 만난 이씨는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건넸느냐", "성완종 리스트에 있는 내용이 사실인가" 등의 질문에 "제가 잘 모른다"고 답했다.
리스트를 따로 관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전혀 (그런 적이) 없었고 오늘은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씨는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진술했다"면서 "성 전 회장이 돌아가시기 전의 행적에 관해 (검찰이) 물어봤다"고 언급했다.
이씨는 성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검찰이 전날 증거인멸 혐의로 체포한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와 함께 핵심 참고인으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 경남기업에 입사한 그는 2012년 성 전 회장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자 수석보좌관으로 따라갔고, 의원직을 상실한 이후 경남기업 비서실로 자리를 옮겨 성 전 회장의 주요 일정을 관리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자신이 남긴 메모('성완종 리스트')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완구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등 8명의 유력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줬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이씨가 전후 사정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이씨를 조사하면서 메모 속 금품전달 의혹에 관련된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이씨는 성 전 회장이 사망하기 전날인 이달 8일 변호인과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대책회의를 열었을 때 박 전 상무와 함께 자리에 배석하기도 했다. 특별수사팀은 당시 회의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도 이씨를 상대로 조사했다.
앞서 특별수사팀은 21일 박 전 상무를 소환, 의혹 전반을 조사한 전날 새벽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박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자료를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또 CCTV 녹화 기록을 삭제한 혐의 등으로 경남기업 직원 수명도 긴급체포해 조사했다.
경남기업 측은 특별수사팀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내부 CCTV 녹화를 이틀가량 중단한 채 회사 비자금 관련 자료 등을 조직적으로 빼돌렸다는 혐의가 포착됐다.
경남기업 일부 직원 사이에서는 "박 전 상무가 지난달 30일 CCTV를 잠시 꺼 두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특별수사팀은 박 전 상무에게 이런 주장이 사실인지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