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말 케이티의 공격 때 투아웃 상황에서 3루에는 김민혁, 1루에는 김상현이 주자로 서 있었다.
타석에는 5번타자 박경수. SK 선발 백인식의 5구째에 1루 주자 김상현이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2001년 데뷔해 903경기에서 통산 52도루에 불과했던 김상현이었기에 다소 의외의 도루였다.
SK 포수 정상호는 당연히 김상현을 잡기 위해 2루로 공을 뿌렸다. 그런데 김상현이 2루에 들어가기 전 갑자기 1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상호의 송구를 잡은 유격수 김성현이 김상현을 태그하러 쫓아가는 사이 3루 주자 김민혁이 홈으로 파고들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김성현은 홈에 공을 뿌리지 못한 채 김상현을 쫓아갔다. 결국 태그는 했지만, 김민혁의 발이 더 빨랐다.
케이티로서는 아웃카운트 하나와 1점을 바꾼 셈이다.
즉흥적인 플레이는 아니었다. 타격이 약한 케이티로는 점수를 뽑을 수 있을 때 뽑아야 한다. 실제로 케이티는 18경기에서 52점에 그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준비한 작전 중 하나다.
조범현 감독은 경기 후 "스프링캠프 때 주루코치와 함께 준비를 했다"면서 "마침 상황이 맞았다. 김상현이 아웃되더라도 점수를 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케이티는 2회말 박경수의 솔로 홈런으로 2점째를 뽑았다. 그동안 뒷심 부족으로 날린 승리를 생각하면 2점 리드는 불안했다. 하지만 케이티는 3회 2사 2루, 5회 2사 1, 3루, 8회 1사 1, 2루 찬스를 모두 놓쳤다. 조범현 감독도 "2~3점을 더 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결국 2-0으로 경기가 끝났다.
방망이가 아닌 발로 만들어낸 점수가 그만큼 소중했다. 작전, 그리고 발로 만든 1점. 케이티의 홈 첫 승을 이끈 선취점이자 결승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