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도 日도, 안전투자를 경제의 방해물로 생각"

후쿠시마·세월호 사태에 대처하는 자세에서 그 사회가 가진 특성 드러나

- 사회 공공성과 재난대비의 연관성 연구
- 사회가 가진 역량에 따라 재난피해 달라져
- 한국사회 공공성, OECD 가입국 중 30위로 최하위권
- 일본은 29위, 미국은 23위로 역시 하위권
- 공공성의 하위영역: 공익성 공정성 공민성 공개성
- 일본, 후쿠시마 사태서 보듯 '공개성' 매우 낮아
- 원자로 녹아내린 사실, 총리에게 보고조차 안했다
- 세월호처럼, 도쿄전력 직원과 가족부터 대피
- 미, 카트리나 사태 때 백인 중산층 위주로 대책마련
- 재난대처를 보면 그 사회의 장단점 드러나
- 독일, 원전폐쇄까지 약 40년 걸려
- 독일 시민단체, 60년대말 반핵운동 하다가
- 70년대 말부턴 대안에너지 연구도 시작
- 보수정권 집권하면서 탈핵노선 벗어날뻔 했지만
- 후쿠시마 사태 목격후 원래의 정신으로 돌아가
- 안전과 경제의 대립구도를 깨야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4월 20일 (월)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장덕진 (서울대 교수)

◇ 정관용> 세월호 1주기 지나가고 있지만 진상규명, 관련대책 아직도 명확하게 국민들 앞에 다가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 우리가 이번에 제대로 교훈을 받지 못하면 또 이런 일 닥칠 수 있고요. 이런 일 닥쳤을 때 제대로 대비해야 하는데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는 거죠.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큰 재난은 공공성의 부족에서 비롯됐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미국, 일본, 독일, 네덜란드 이런 사례들과 함께 재난과 공공성의 관계를 연구한 묵직한 책이 한 권 나와서 오늘 초대했습니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공동연구를 했는데요. 연구소장 장덕진 교수를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장덕진>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1년이 흘렀습니다만 사실 학계에서 1년, 물론 세월호 터지고 바로 이 연구에 착수하신 것도 아닐 텐데...

◆ 장덕진> 바로 착수했습니다.

◇ 정관용> 바로요? 아, 그래요? 그래도 한두 달은 지나고 착수하신 것 아닌가요?

◆ 장덕진> 아니요, 바로 시작했습니다.

◇ 정관용> 이건 해 봐야 되겠다, 할 만한 사안이다 그렇게 금방 문제의식이 오셨나 보군요?

◆ 장덕진> 네. 쉽게 합의가 됐습니다.

◇ 정관용> 그래도 1년 사이에 공동연구로 이만한 책을 낸다는 것 쉽지 않은데, 아주 부지런하게 하셨네요?

◆ 장덕진> 네, 굉장히 바빴죠. (웃음)

◇ 정관용> 어떤 방식으로 이 연구를 진행하셨습니까?

◆ 장덕진> 연구 진행한 것은 물론 세월호 사태의 진행 과정을 계속 추적을 했고요. 그다음에 다른 나라들하고 비교를 해야만 했었기 때문에 기존에 나와 있는 여러 사회지표, 경제지표들을 가지고 OECD 국가들을 서로 비교하는 작업 그다음에 기존에 나와 있는 국가들을 비교할 수 있는 가치관, 의식조사 자료들이 있습니다. 그것 가지고 여러 나라 국민들의 의식을 비교하는 작업 또 각 나라의 대표적인 재난들을 추적해서 분석하는 작업. 또 현지를 방문해서 그 나라의 사회 정책이나 재난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서 심층 인터뷰를 하는 작업, 대개 그런 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세월호가 우리에게 묻다’ 그리고 부제가 사실은 진짜 제목인데, ‘재난과 공공성의 사회학’ 공공성에 주목하셨다?

◆ 장덕진> 네.

◇ 정관용> 공공성을 뭐라고 개념 정의해야 할까요?

◆ 장덕진> 예를 들어서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돼 있거든요.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들이 다 같이 공영한다’

◇ 정관용> 공영한다?

◆ 장덕진> 영어로는 commonness라고 하지 않습니까, 같이 번영한다라는 얘기인데 이게 공공성의 아주 기본을 이루는 거겠고요. 그다음에 5000만명이라고 하는 국민이 모여서 국가를 이루고 산다면 모두에게 공통되는 문제들이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각자 개인의 문제를 5000만 국민 한 명 한 명이 다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해결되지 않은 공통의 영역이 남지 않습니까? 그게 바로 공공성의 영역인 것이고 안전과 같은 문제는 대표적인 공공성 영역에서 해결해야 될 문제...

◇ 정관용> 안전, 환경 그런 것들이겠네요.

◆ 장덕진> 그렇죠, 대표적인 공공재들입니다.

◇ 정관용>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것?

◆ 장덕진> 그렇죠, 다 같이 협력해야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죠.

◇ 정관용> 꼭 민주공화국까지 거창하게 안 가도 사회가 후진사회일 경우에는 재난에 대비하고 환경을 보호하고 이런 의식이 없다가 소위 우리가 말하는 선진사회가 되면 그런 의식이 생기고 그런 것에 대비한 정책이 새로 나오고 소방관도 없다가 소방서가 생기고 이런 것 아닙니까? 그런 체계를 갖추어 가는 게 사회발전이죠?

◆ 장덕진> 사회적 취약성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예를 들어서 똑같은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면 북한의 피해가 남한에 비해서 200배입니다.

◇ 정관용> 맞아요, 맞아요.

◆ 장덕진> 또 비슷한 정도의 지진이 중국에서 일어나면 일본보다 10배 정도의 피해를 보거든요. 그러니까 똑같은 자연재난에 의해서 촉발되더라도 그걸 증폭시키느냐 아니면 최소화하느냐, 이게 그 사회가 가진 역량의 문제인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우리 사회의 공공성의 수준, 이걸 등수를 매겨서 가늠할 수 있습니까?

◆ 장덕진> 네, 저희가 그 여러 지표를 가지고 OECD 국가들의 공공성을 지표화해서 순위를 매기는 작업을 해봤습니다.

◇ 정관용> 네, 몇 등쯤 나왔어요?

◆ 장덕진> 34개 국가 중에서 자료가 가용한 국가가 30개 국가인데, 안타깝게도 한국은 30위로 나왔습니다.

◇ 정관용> 아, 그래요? 29등이 어디쯤 돼요?

◆ 장덕진> 29등이 일본입니다.

◇ 정관용> 일본도 그렇게 낮아요?

◆ 장덕진> 네.

◇ 정관용> 그러면 그 위에 28등은?

◆ 장덕진> 28등은 헝가리고요.

◇ 정관용> 헝가리. 그럼 우리가 꼴찌에요, 정말?

◆ 장덕진> 네, 꼴찌입니다.

◇ 정관용> 특히 어디가 그렇게 약점이든가요, 아니면 전반적으로 다 낮아요?

◆ 장덕진> 전반적으로 다 낮은데요. 이제 공공성의 하위영역을 저희는 크게 네 가지로 봤습니다. 공익성, 공정성, 공민성, 공개성 이렇게 나누어서 보면 공익성과 공정성은 각각 30위로 최하위이고요. 그다음에 공민성이 29위, 공개성이 28위.

◇ 정관용> 거기서 거기군요. 1등은 어디가 했어요?

◆ 장덕진> 1등은 노르웨이입니다.

◇ 정관용> 북유럽이 제일 높아요?

◆ 장덕진>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이런 나라들이 1, 2, 3, 4등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미국은 몇 등쯤 했습니까?

◆ 장덕진> 미국이 23등입니다.

◇ 정관용> 아,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국, 일본 아주 낮군요? 유럽 국가들이 그나마 좀 높고 북구, 서구 이런 나라도 높고.

◆ 장덕진> 북구 나라들이 높고 그다음에 미국은 평균 잡아서 23등이 되기는 했는데 미국은 아주 특이한 경우입니다. 그러니까 공익성과 공정성 측면에서는 최하위권에 가깝고요. 그다음에 민주주의적 가치에 해당하는 공민성과 공개성 측면에서는 아주 상위권입니다. 두 가지를 평균 내니까 23위가 됐고 이런 특이한 조합이 사실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같은 경우에도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났었죠.

◇ 정관용> 바로 이런 공공성의 수준을 나라별로 비교해보니 일본과 미국도 하위권이다, 이런 지적을 하셨어요.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사고, 미국의 방금 얘기한 카트리나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는 거다 이거지요? 독일하고 네덜란드는 상위권이겠죠?

◆ 장덕진>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 독일하고 네덜란드, 이 네 나라를 이번 책에서 다루셨더라고요.

◆ 장덕진> 네.

◇ 정관용> 하나하나 볼까요? 일본, 미국 이걸 먼저 좀 하위권 쪽, 우리보다 낫지만 거기서는 뭘 봐야 합니까?

◆ 장덕진> 일본 같은 경우에는 이제 후쿠시마는 처음에 지진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서 쓰나미가 온 것은 거기까지는 자연재해였었죠.

◇ 정관용> 그리고 전기가 작동을 안 하게 되고요.

◆ 장덕진> 그리고 이제 원자로 멜트다운으로 이어지게 되는 건데, 그때부터는 사회적 재난으로 증폭되는 거거든요. 이걸 일본 같은 경우에는 공공성 중에서 처음에 문제가 됐었던 것은 특히 공개성이었습니다. 국내에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원자로 멜트다운 직후에 도쿄전력이 멜트다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총리에게조차 보고하지 않았고요.

◇ 정관용> 맞아요.

◆ 장덕진> 그다음에 그걸 보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도쿄전력 직원들과 가족들을 대피시키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세월호 때 사실은 선장과 선원이 먼저 나온 것과 비슷한 일이었고요. 그 이후에 조사과정에서도 원전관련 컴퓨터 파일 수만 건을 지운 것이 드러났었고요. 그다음에 방사능을 피해서 사람들이 이제 도망을 가려고 하는데 방사능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를 예측하는 스피디(SPEEDI)라고 하는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 스피디를 돌려서 방사능이 북쪽으로 간다는 결과를 얻었는데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장덕진> 그렇기 때문에 일부 피난민들은 방사능을 따라서 이동하는 그런 결과를 낳게 됐고요. 그 이후에 지금까지도 일반 병원에서 방사능 피폭 검사를 해 주지 않고 있거든요.

◇ 정관용> 그래요?

◆ 장덕진> 그래서 정부에서 지정한 병원에서만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한다든가 이런 식의 정보공개에 대한 문제가 아주 심각했고요. 그다음에 방송에서도 국민들은 굉장히 불안해하고 사실관계를 알고 싶어하는데 친원자력 성향을 가진 전문가들만 출현시켜서 ‘이거 뭐 별 문제가 아니다’라는 방송을 계속 반복을 했고. 그 결과 방송인들 중에 일부는 도저히 양심상 방송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해서 NHK에서 나와서 시민운동가가 됐다든가 이런 방송인들도 등장하고 초창기에서 주로 일본 같은 경우에 이런 공개성의 문제였었고요.

◇ 정관용> 방금 쭉 언급해 주신 사례, 우리 정확히 몰랐었는데... 우리보다 더 심각하군요,

◆ 장덕진> 네, 뭐...

◇ 정관용> 그 점에 있어서는.

◆ 장덕진> 어느 쪽이 더 심각한지 모르겠습니다마는 못지않게 심각합니다.

◇ 정관용> 그리고요?

◆ 장덕진> 그리고 그 이후에는 후쿠시마 직후에는 워낙 충격이 크니까 일본이 한때는 원전제로를 표방했었죠.

◇ 정관용> 가동을 안 했죠, 다? 지금도 아마 거의 다 안 할 걸요? 하나 정도 지금 재가동 하던가요?

◆ 장덕진> 네, 그런데 지금은 아주 명시적으로 ‘원전재가동을 하겠다’고 원전재가동의 길을 가고 있어요. 그런데 그거는 앞에 말씀드린 공공성의 구성요소로 보면 공민성 혹은 민주적인 시민성, 공정성 이런 문제와 관련이 있는데 일본이 지금 30년째 경기침체이다 보니까 그다음에 비정규직도 굉장히 늘어나고 세대 간 분배의 격차가 갈수록 커져가고 이러다 보니까 공정성이 훼손되고. 그러다 보니까 지금 아베 정부는 아베노믹스에 날개를 달아줄 방법으로써 원전재가동을 얘기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일본 국민들은 한편으로는 후쿠시마라고 하는 트라우마의 공포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를 살려준다고 하고 그러니까 이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게 되는 그 배경에는 공정성과 공민성의 문제가 있는 거죠.

◇ 정관용> 미국, 카트리나 때 ‘미국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어떤 점을 주목하셨어요, 특히?

◆ 장덕진> 미국 같은 경우에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공공성 순위는 24위로 낮은 편이지만 이게 민주적인 가치 그러니까 공개성과 공민성은 굉장히 높습니다. 미국 민주주의의 힘은 굉장히 강한 것이고 반면 공화적인 가치, 공익성과 공정성은 또 굉장히 낮거든요.

◇ 정관용> 빈부격차가 심하고 이런 거죠.

◆ 장덕진> 네, 그래서 이게 카트리나의 피해 과정이나 복구 과정에서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 우선 카트리나가 닥쳤던 뉴올리언스라고 하는 지역은 미국 전체하고 비교해볼 때 흑인층 밀집지역이고 빈곤층 밀집지역입니다. 그래서 위험의 불평등이 처음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지역이고요. 그다음에 카트리나 때 침수지역은 대부분 흑인 지역과 빈곤층 지역에 집중됐었습니다.

◇ 정관용> 맞아요.

◆ 장덕진> 그리고 그때 이제 사람들이 대피를 해야 하는데 이 대피 계획 자체가 백인 중산층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거의 다 승용차를 위주로 한 대피계획이었는데 흑인이나 빈곤층 중에는 승용차가 없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 사람들은 아예 대피를 못한다든가 그 이후에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복구하는 과정에서도 누가 피해자인가를 규정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것도 역시 백인 중산층 가정을 중심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흑인이나 빈곤층 가정은 백인 중산층 가정보다 훨씬 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많거든요. 이 사람들은 피해자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다 보니까 이 사람들도 엄연한 피해자인데도 불구하고 복지 사기꾼이라고 비난을 받는다든가 한국에서도 세월호 가족들에 대해서 비슷한 비난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 정관용> 세금 도둑이다, 이런 얘기 듣고 있죠.

◆ 장덕진> 네, 그런 일들이 일어났었던 거죠. 그 이후에 복구하는 과정이 예를 들어서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학교를 세워서 주민들이 돌아오게 만드는 것인데 대부분의 학교들이 아주 고급 학교인 차터 스쿨(Charter school) 중심으로 백인 지역에 만들어졌고 그러다 보니까 인구가 돌아오는 비율을 계층별로 비교해보거나 인종별로 비교해보면 백인 중산층은 굉장히 많이 돌아왔는데 유색인종이나 빈곤층은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복구의 과정이 곧바로 사회적 배제의 과정이 됐고 그런 결과를 낳았고요. 그게 어두운 면이었다고 하면 밝은 면은 미국 민주주의의 힘을 아주 잘 보여준 것은 카트리나 직후에 의회가 중심이 돼서 아주 투명하게 방대한 보고서 백서를 발간하고 거기에 입각해서 법을 개정하고 재난에 대비하는 정부조직을 또 개편을 하고 여기에 또 시민들이 아주 투명하게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고. 그래서 몇 년 후에 태풍 샌디가 찾아왔을 때는 카트리나 때에 비해서 훨씬 더 잘 대비했다는 그런 평을 들을 수 있였죠.

◇ 정관용> 얼마 전 또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에도 ‘아주 교과서적으로 잘 대응했다’ 이런 평가까지도 받더라고요, 보고서까지 내고. 거기는 소 잃고 외양간을 잘 고친 거죠.

◆ 장덕진> 완전히 잘 고치지는 못 했습니다만 위험의 불평등이라는 측면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만 다른 측면에서는 아주 잘 고친 편이죠.

◇ 정관용> 지금 장 교수님 설명을 쭉 들으니까 진짜 특별한 이 재난의 상황이라고 하는 것이 그 사회가 잘하는 점, 못 하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는군요.

◆ 장덕진>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우리 잘하는 나라 독일, 네덜란드. 시간 관계상 어디를 좀 특별히 소개하실래요?

◆ 장덕진> 독일을 소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독일 같은 경우에는 아시다시피 후쿠시마 이후에 원전을 2022년까지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거는 사실 원전이라고 하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잠재적인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겠다라고 하는 사회의 적극적 합의이기 때문에 우리가 좀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이게 중요한 것은 독일이 원전폐쇄라는 결정에 이른 것이 최근에 한국에는 알려지고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은 40년 정도 걸린 과정이거든요. 60년대 말, 70년대부터 반핵운동부터 시작을 했었고 그런데 70년대 접어들면서 반핵운동을 하던 시민단체들이 반대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니까 그러면 이거에 대안에너지의 뭐냐. 그래서 대안에너지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작업을 시작했고요.

◇ 정관용> 재생에너지 등을 연구한단 얘깁니까?

◆ 장덕진> 그렇죠. 1977년 11월에 만든 ‘생태연구소 Oeko-Institute’라고 대안에너지를 연구하는 유명한 연구소입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 장덕진> 그것이 출발점이 된 것이고 그 이후에 시민사회에서만 이걸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해서 녹색당을 결성해서 진출하고. 그런데 독일이 가지고 있는 정치제도가 한국 같으면 소수정당의 주장이 전국적인 아젠다가 되기 힘든데, 독일이 가지고 있는 정치제도는 사회적인 비례성이 아주 높기 때문에.

◇ 정관용>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 장덕진> 그렇죠. 그래서 녹색당과 같은 소수정당의 아젠다가 받아들여질 수 있었고 90년대에 사민당하고 ‘적녹연정’을 하면서 1차 탈핵결정을 하게 되고요. 그다음에 2000년대에 보수정당이 오랫동안 집권하면서 자칫하면 이 탈핵결정이 흔들릴 뻔 했었는데 2011년도에 후쿠시마가 터지면서 다시 원래의 정신으로 돌아가서 최종적인 탈핵을 결정하게 되는 이런 긴 시간에 걸쳐서 하나의 정책을 가지고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한 가지 우리가 주목해야 될 것 같고요. 또 하나는 탈핵결정을 통해서 독일이 무엇을 얻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독일의 전면적인 탈핵을 건의한 조직이 있습니다. 그게 원자력윤리위원회인데요. 후쿠시마 이후에 한국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만들었었고 독일은 ‘원자력윤리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공동위원장이 두 명인데 그 중 한 명이 클라우스 퇴퍼 박사를 제가 직접 인터뷰를 했었거든요. 이 분 설명은 세 가지의 장점을 얘기했습니다. 첫 번째로 원자력이라고 하는 것은 세대 간 정의의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원전 폐기물을 통해서 알려지지 않은 위험을 후속세대에 넘겨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우리는 윤리적 결정에 도달했다, 아주 커다란 명분을 얻은 것이죠. 그게 첫 번째이고 두 번째로는 신재생에너지가 비싸다고 하는데 이건 나라마다 가격이 다른 것이다. 그런데 독일은 40년 전부터 이미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연구를 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독일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가격이 원자력보다 싸다. 10년 전에 예측했던 것에 비해서 지금 9분의 1이 됐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있고 지금 독일의 신재생에너지산업의 고용인원이 38만명입니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실익이 있다. 세 번째로 원자력은 그 특성상 아주 소수의 독과점 기업들이 할 수밖에 없는데 신재생에너지는 중소기업도 할 수 있고 심지어 개인도 할 수 있다.

◇ 정관용> 그렇죠, 1인 1발전소도 가능하고.

◆ 장덕진> 그렇죠. 그래서 독일은 지금 에너지협동조합이 800개가 넘게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경제민주화 얘기 나오면 뜻은 좋으나 항상 갈등이 되지 않습니까? 기존에 사업자로부터 뭔가를 뺏어서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준다는 뉘앙스를 가지기 때문에 항상 사회적 갈등이 되는데 이런 설명에 의하면 에너지 전환 같은 경우에는 사회적 갈등이 전혀 없이 자연스럽게 부의 분배 효과를 가져오는 그런 결과.

◇ 정관용> 그야말로 공생이네요.

◆ 장덕진> 네, 그래서 ‘세 마리 토끼를 잡는다’ 이런 설명을 하더군요.


◇ 정관용> 지금 독일 설명을 우리 청취자분들 잘 따라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니까 역시 사회학자답게 광범위합니다. 60년대부터 시작된 사회운동이 어떤 연구개발로 발전해서 그게 경제적 효과는 어떻게 됐고 그게 정치에 어떻게 참여를 해서 정치제도와 어떻게 연결돼서 실제 정책화 되는지까지, 이걸 지금 거기에 들어간 단어만 해도 어마어마한 단어들인데, 이제 제가 아주 거친 질문입니다. 우리는 세월호 이후에 지금 수준이 소방관들, 개인 장비 자기 돈으로 산다더라. 1년 지났는데 연안 여객선 가보니 아직도 차 꼭꼭 묶는 것도 안 한다더라, 신분증 검사 아직도 안 한다더라. 겨우 우리 이 정도 논의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 장 교수님 짚어주신 공공성이라는 크고 거창한 추상적인 이 사회, 어떻게 만들어야 됩니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뭘 배워야 됩니까?

◆ 장덕진> 뭐 배울 것들이 몇 가지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선 첫째로는 재난을 겪었을 때 그 직후에는 충격이 크니까 누구나 다 이러면 안 되겠다 그러죠. 그러면 그 다음에 길이 두 갈래 길로 갈라지거든요. 하나는 학술적인 용어로는 외재화라고 합니다만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는 거죠. 시스템의 잘못된 부분을 드러내서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예를 들어서 세월호 참사 직후에 대통령님이 말씀하셨던 국가대개조를 하겠다, 이게 이제 외재화의 길로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내는 거죠.

◇ 정관용> 대개조 하려면 먼저 문제를 드러내야 하니까.

◆ 장덕진> 그렇죠. 이렇게 되면 재난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처음에는 그렇게 얘기했었지만 그 이후에는 주로 누가 책임이 있는 사람이냐, 유병언 잡기, 이런 데에 몰두를 하게 되면서 학술용어로는 내재화라고 합니다만 세월호라는 사건 안에 들어가서 책임자 찾는 이 일에 우리가 오랫동안 몰두를 했거든요. 이렇게 되면 책임자 찾아서 처벌은 할 수 있으나 비슷한 종류의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지나간 재난들에서 관련 장관이 책임지고 사퇴하고 그랬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걸 막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장덕진> 그래서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는 용기를 가져야 된다는 것. 이게 많은 경우에 정치적인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정관용> 우리는 지금 못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서 .

◆ 장덕진> 못하고 있죠,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고요. 그다음에 두번째로는 조직과 규제의 문제인데 관피아 논란에서도 드러났듯이 한국사회 대부분의 문제들은 사실은 투명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장덕진> 한국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우리가 고민을 해야 되고요. 그다음에 규제는 안 좋은 불필요한 규제가 너무 많다 보니까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게 무조건 좋은 거다라는 사고방식이 만연해 있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적정 규제가 필요한 것이고요.

◇ 정관용> 안전규제, 환경규제 이런 거는...

◆ 장덕진> 규제할 것은 반드시 규제해야 되는 것이죠. 그래야 공공성의 영역이 남아 있는 거고요. 다음으로는 저희가 연구한 나라들 중에서 한국하고 일본에서만 나타나는 사고인데 안전에 대한 투자는 경제에 방해가 된다는, 둘 사이에 서로 대립관계가 있다는 사고방식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안전이 확보가 되어야 경제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과 경제의 대립 구도를 깨야 된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주로 얻어야 할 교훈들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갈 길이 멉니다.

◆ 장덕진> 그렇습니다.

◇ 정관용> 1년을 지내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우리 이른바 국정과제, 몇 백가지 있다고 하는데 세월호 터지고 나서 온 나라가 여야 할 것 없이 세월호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 문제점, 1번부터 50번까지 그것만 합시다. 그렇게 해도 난 이 나라가 더 좋아졌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어떻게 보세요?

◆ 장덕진> 50번까지도 필요 없을 것 같고요. 3번까지만 제대로 할 수 있어도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네, 장덕진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장, 함께 만났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장덕진> 네, 고맙습니다.

◇ 정관용> 여기서 정리하겠습니다.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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