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인기에 조폐공사는 '죽을맛'

사업다각화로 위기 극복

<자료사진>
지난해 말 현재 시중에 풀린 5만원권 지폐는 52조34억원. 주화를 제외한 은행권 발행 잔액의 71.6%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처음 발행된 이후 5년만에 화폐시장을 평정한 셈이다.

한때 품귀를 빚을 만큼 예상을 초월한 선호 현상 때문에 노출을 꺼리는 지하자금의 은닉수단으로 5만원권이 악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1만원권 비중은 급격히 즐었다. 지난해 말 현재 발행 잔액은 17조9,463억원으로 전체 은행권 발행 잔액의 24.7%에 불과하다.

이 같은 5만원권 선호 현상으로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곳이 있다. 화폐를 제조하는 한국조폐공사다. 전체 화폐생산량의 감소로 수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 화폐 생산량 급감

조폐공사에 따르면 5만원권이 나오기 전인 지난 2007년 연간 20억장의 화폐를 제조했지만 지난해에는 6억7천만장으로 감소했다.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과거에는 만원권 5장을 찍어야 했다면 지금은 5만원권 한 장만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조폐공사의 전체 매출에서 화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59.9%에서 지난해에는 28.4%로 크게 낮아졌다.

신용카드와 현금카드 등의 카드 사용이 늘어나는 것도 지폐 제조가 감소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화폐 손상이 적어 그만큼 폐기되는 양도 줄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5만원권의 사용 확대로 조폐공사가 제조하는 수표용지 생산도 10만원권을 중심으로 급감했다.

2009년 10억장 발행된 수표는 지난해 4억2천만장을 생산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지난해는 수표의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생산량이 증가한 것이고, 평소에는 연간 3억장 정도 발행된다.


그 결과 조폐공사의 당기순익도 오만원권 발행 이전인 2006~2008년에 연 177억 수준이던 것이 2009~2014년 사이에는 2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궁지에 몰린 조폐공사는 매출과 수익 보전을 위해 주화와 화폐 제조 과정에서 축적된 위변조방지 기술과 공신력을 바탕으로 수출과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 조폐공사의 생존전략

페루와 리비아 등에 지폐와 주화를 수출하기도 하고, 인도네시아에는 지폐용지를 수출했다. 지난 2월에는 파푸아뉴기니에 민원발급용 보안용지 800만장을 수출해 8억8,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작년에는 자체 고유 브랜드인 오롯 골드바를 만들어 700억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현지 홈쇼핑사와 제휴해 인도네시아 시장에도 진출했다.

또 자회사인 GDK에서 생산하는 지폐용 면펄프는 지난해 스위스에 이어 올해는 인도네시아에 수출했고, 스페인과도 수출을 추진 중이다.

특히 조폐공사는 지폐 위변조 방지 기술을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의류시험연구원 등의 시험성적서와 민원서류에 적용한데 이어 명품, 화장품 등을 생산하는 민간 기업과도 기술제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화폐를 대신해 새로운 지급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모바일 카드와 모바일 상품권 발급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TSM(Trusted Service Manager)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현재 조폐공사가 하고 있는 공공 지불 및 인증 수단의 제조와 발급 업무를 모바일 매체로 확대하는 것이다.

지난해 12개 관련 사업자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했다.

조폐공사는 이 같은 사업다각화에 힘입어 지폐 제조 수입의 급감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액은 2009년 3,530억원에서 지난해 4,276억원으로 늘어났다.

김화동 조폐공사 사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업다각화 등에 힘입어 작년에는 공사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인 4,276억원의 연매출을 달성했다”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는 2024년 매출 1조원 목표를 향해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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