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차벽설치가 불법행위 유발한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차벽설치는 집회참가자들 흥분시켜



- 2011년, 경찰의 차벽설치는 위헌판결
- 차벽, 설치하더라도 통행은 가능해야 하는데
- 지난 주 차벽은 6중 차벽, 통행 불가능
- 시위중 폭력행위는 반대, 처벌해야 맞지만
- 그걸 빌미로 시위 못하게 해선 안된다
- 경찰력 투입으로 오히려 시위가 과열된 것 아닌가?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4월 20일 (월) 오후 6시 1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박주민 (차벽 위헌 소송 변호인)

◇ 정관용> 주말에 열렸던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 경찰이 친 차벽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불법집회, 폭력집회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이런 입장인데, 오늘 유족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의 과잉대응을 비판하고 나섰죠. 그런데 ‘차벽 설치는 위헌이다’ 헌법재판소가 이런 결정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1년이었는데요. 당시 위헌 소송에 참여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박주민 변호사를 연결합니다. 박 변호사 나와 계시죠?

◆ 박주민>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이게 2011년에 판결을 냈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언제였습니까?

◆ 박주민> 2009년도에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던 당시에 많은 시민 분들이 시민 차원에서의 어떤 추모를 하겠다라고 해서 서울광장 쪽에 모이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경우에 집회나 시위가 벌어질 것이다라고 예상을 해서 서울광장 자체를 차벽으로 완전히 밀봉한 적이 있습니다.

◇ 정관용> 맞아요.

◆ 박주민> 그래서 그런 차벽 설치가 위헌 아니냐라고 2009년도에 소송을 제기했었던 것이고요. 그 결과가 2011년에 나왔던 것입니다.

◇ 정관용> 헌재는 그때 어떤 논리로 위헌이라고 했습니까?

◆ 박주민> 일단 집회와 시위라고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써 보호되어야 하고 굉장히 중요한 기본권이기 때문에 그것을 제한함에 있어서는 굉장히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야 되는데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다. 그래서 위헌이다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 정관용> 그렇다고 해서 헌재가 앞으로 경찰은 차벽은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은 아니죠?

◆ 박주민> 맞습니다. 차벽을 설치할 때 준수해야 될 사항들에 대해서 얘기했는데요. 크게 차벽을 치려면 충족해야 되는 요건에 대해서 설시를 했고요. 그다음에 차벽을 칠 때는 어느 정도로 쳐야 되는지에 대한 정도에 대한 얘기를 했던 것입니다.

◇ 정관용> 헌재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요건은요, 먼저?

◆ 박주민> 요건에 대한 것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어야 되고요. 그다음에 그런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차벽밖에는 수단이 없을 경우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된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요건이 충족돼서 차벽을 설치할 때 어느 정도로 쳐야 되느냐에 대해서는 차벽을 설치하더라도 통행이 가능하도록 설치를 해야 된다라고 설시를 했습니다.

◇ 정관용> 지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차벽은 경찰차와 경찰차 사이에 틈이 거의 없죠?

◆ 박주민> 네, 전혀 틈이 없는 형식으로 쳐져 있죠.

◇ 정관용> 통행이 안 되는 그런 상태죠?

◆ 박주민> 네, 맞습니다.

◇ 정관용> 지난 주말에 쳐졌던 차벽도 통행이 안 되는 그런 거였었죠?

◆ 박주민> 네, 맞습니다. 사실은 지난주에 쳤었던 차벽 같은 경우에는 보도에 따르면 6중 차벽이었다. 6줄로 쳐서 완전히 통행이 불가능한 형태로 쳐져 있었다라고 보도들이 되고 있습니다.

◇ 정관용> 현장에 우리 박 변호사님들이 계시지 않았나요? 지난 주말에?

◆ 박주민> 네, 있었습니다.

◇ 정관용> 박 변호사님이 보시기에도 어때요? 그게 통행이 완전히 불가능하던가요?

◆ 박주민> 실제로 광화문 인근 쪽은 거의 진공상태 비슷하게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였었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헌재의 그 판결에 물론 차벽 설치의 요건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 박주민> 네.

◇ 정관용>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느냐. 그 위험을 막을 다른 수단이 없느냐. 경찰 측에서는 급박하고 명백하고 중대한 위험이 감지되었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는 거잖아요.

◆ 박주민> 네, 뭐 그렇게 주장은 할 수 있는데 제가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이지만 사실은 16일에 이미 차벽을 설치한 상태에서 일부 차량은 뺐지만 거의 어떤 차벽을 형태는 유지가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오후 1시나 2시 정도부터 차벽을 보강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급박한 상황을 맞아서 어쩔 수 없이 차벽을 설치했다는 것은 조금 사실과 다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어쨌든 그건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 박주민> 맞습니다, 네.

◇ 정관용> ‘통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헌재가 분명히 명시했다는 것 아닙니까?

◆ 박주민> 네, 맞습니다. 통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된다라고 분명히 얘기를 했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이 대목에서는 경찰은 헌재의 판결을 그냥 정면으로 위반한다고 봐야 됩니까, 아니면 이렇게 돌아돌아 어떻게 틈새로 통행은 되는 형태였습니까, 어떻게 봐야 합니까?

◆ 박주민> 광화문 광장 그다음에 안국역이라든지 이 일대가 전부 다 사실은 통행이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요건 충족 여부보다는 훨씬 더 명확하게 헌재가 설시한 어떤 기준을 위배한 것 아닌가 생각이 되고요. 물론 전체적인 어떤 교통상황이라든지 통행 상황 같은 것은 조금 더 따져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헌재가 판결한 내용을 나름의 논리를 통해서 다툼의 소지가 있는 차벽 설치 요건이 되느냐 안 되느냐, 이거는 빼놓는다고 하더라도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만약에 경찰이 했다 그러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 겁니까? 헌재를 무시한 것에 대해서는?

◆ 박주민> 헌재가 설시한 기준을 위반해서 차벽을 쳤다라고 하면 그런 차벽 설치는 위법한 공무집행이 됩니다. 따라서 그렇게 설치한 차벽에 대해서 저항한 행위에 대해서는 합당하게 보장이 되는 것이고 그런 차벽에 의해서 통행을 제한받은 사람의 경우에는 통행제한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배상청구를 한다든지 또는 그렇게 차벽을 친 경찰 또는 국가를 상대로 형사상 고소나 고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정관용> 공무집행 자체가 위법해진다?

◆ 박주민>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지금 후속 움직임이 있습니까? 그런 식의 소송을 제기한다든지 하는 등의?


◆ 박주민> 지금 그 당시 차벽의 상태에 대해서 자료들을 모으고 있는 과정이고요. 그 차벽이 위헌성을 갖고 있다라고 확인이 되면 다시 한 번 위헌 소송부터 시작해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나 형사고발 등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정관용> 그건 좀 앞으로 더 추이를 지켜봐야 되겠고 그 문제는 그 문제이고, 지난 주말에 집회에 대해서 항상 이런 도심 집회에는 그런 주장이 엇갈립니다만 경찰은 순수한 유족들의 추모집회가 아니다, 폭력·과격 시위였다. 또 특히 전문시위꾼들이 일부러 참여해서 이런 얘기들이 나오지 않습니까? 이거 어떻게 봐야 합니까?

◆ 박주민> 사실은 대규모 집회의 경우 중에 워낙 많은 참가자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참가자들이 모이기 때문에 집회 주최측이나 이런 사람들이 예상의 범위를 뛰어넘어서 좀 일탈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이럴 경우에 그런 일탈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을 이유로 들어서 집회 전체를 불법화시킨다든지 집회 주최자에게 그런 모든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경우에는 사실상 대규모 집회라는 것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독일이나 미국 같은 경우에는 이런 법률이 발달돼 있는데요. 어떤 것이냐 하면 대규모 집회에서 어떤 일탈적인 행위를 하는 개인이 있을 때,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어떤 주최측하고 연관이 없다면 그 사람의 불법행위를 이 집회 주최측의 책임으로 지울 수 없다라는 법률들이 발달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에 대한 어떤 고려들도 좀 필요한 것이죠.

◇ 정관용> 그런데 경찰은 지금 그날 거의 100명 가까이 연행을 했고 그 가운데 유족분들은 바로 석방을 했습니다만 나머지 94명, 전원 입건하고 이중 10여 명은 오후에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 박주민> 네, 맞습니다.

◇ 정관용> 이건 어떻게 봐야 됩니까?

◆ 박주민> 사실 어떤 개별적인 불법행위가 있다면 그 개별적인 불법행위에 대해서 의율을 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예를 들어 폭력을 행사하는 게 분명히 찍혔다든지 이런 것 말이죠?

◆ 박주민> 네. 그래서 그런 것들은 어느 정도 인정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이 고민해야 될 점은 어떤 것이냐 하면 과도한 차벽설치라든지 또는 과도한 경찰력 투입이 혹시나 집회를 과열시킨 부분은 없는지 또는 경찰이 집회 관리에서 위법적인 부분은 없는지를 따져봐야 됩니다. 왜냐하면 국가이기 때문에 법집행을 더 엄격하게 해야 될 책임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혹시나 그런 불법행위들이 국가와 권력에 또는 경찰에 법집행 과정에서 야기된 부분이 있다면 그런 부분들도 충분히 고려가 돼야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건 이제 앞으로 만약 입건하고 또 구속영장 신청하고 그러면 법적다툼이 그런 데서 벌어지겠군요.

◆ 박주민>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나저나 차벽과 관련해서 이렇게 주장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주로 허가되지 않은 청와대를 향한 행진, 이런 과정에서 경찰하고 몸싸움 같은 게 벌어지지 않습니까?

◆ 박주민> 네.

◇ 정관용> 그런 가운데서 부상자도 생기고 이렇게 되는 건데 오히려 차벽으로 막는 게 그런 부상자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도 있더라, 이런 시각은 어떻게 보세요?

◆ 박주민> 사실 2008년도 광우병 촛불집회 때 차벽이 많이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 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결과를 보면 차벽 설치가 오히려 집회참가자들을 흥분시킨다, 불법행위를 유발시킨다라는 그런 취지에 어떤 연구결과가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게 형사정책연구원에서 나온 연구 결과예요?

◆ 박주민> 네. 왜냐하면 그 집회참가자들로서는 표현하기 위해서 나왔는데 차벽이라는 것은 완벽한 단절, 불통을 의미하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그런 것이 오히려 집회참가자들을 좀 흥분시키는 면이 있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을 통한 유연한 집회관리가 오히려 더 집회를 안전하고 평화롭게 하는 데 더 적합한 것 아닌가라는 고민들이 있습니다.

◇ 정관용> 경찰도 또 집회에 참여하는 분들도, 이제 우리도 또 다른 집회의 시위 문화 고민해야 되겠군요. 수고하셨습니다.

◆ 박주민>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박주민 변호사 함께 만났고요. 또 방금 속보로 들어왔는데 요즘 북아프리카에서 불법 이주자들, 지중해 바다로 막 뛰어드는데 방금 200여 명의 불법 이주자를 태운 선박 한 척, 오늘 그리스 인근해상에서 또 침몰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어와 있군요.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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