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의 캡틴 염기훈(32)이 '리더십 업그레이드'를 선언했다. 당근과 채찍을 함께 준다. 염기훈의 달라진 접근법은 지난 18일 FC서울과의 올 시즌 첫 슈퍼매치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성공 가능성을 알렸다.
염기훈은 19일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원정길에 오르기에 앞서 서울 김포공항에서 "싫은 소리를 잘 못하는 성격이지만 올 시즌에는 필요할 경우 후배들에게 화도 낸다"면서 "팀이 잘 되려면 여러가지 방법을 써야 한다. 그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수원은 지난 주 슈퍼매치에서 5-1 대승을 거뒀다. 이상호와 정대세가 2골씩 터뜨렸고 염기훈은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8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달성했다. 라운드가 진행될 때마다 염기훈의 '미친 왼발'이 화제를 모을 정도다.
염기훈은 리더로서 이전에 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기본 전략은 기존과 동일하다. 어린 선수들, 경기에 출전할 기회가 적은 선수들 위주로 챙겨서 팀 분위기를 하나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진심을 담은 질책을 추가했다. 염기훈은 "지난달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와 포항과의 K리그 개막전에서 2연패한 뒤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도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할 말은 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 염기훈은 자신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올 시즌 들어 매일 오전 한 시간씩 개인 훈련을 실시 중이다. 프리킥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염기훈은 "수원과의 재계약이 늦어져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선수들끼리 잘 맞춰놓은 호흡이 나 때문에 무너지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더 열심히 개인운동을 했다"면서 "생각보다 컨디션이 빠르게 올라와 기대는 했지만, 8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할 줄은 몰랐다"며 미소지었다.
"워낙 자신감이 있다보니, 요즘엔 경기 중에 페널티박스 근처의 프리킥 찬스가 은근히 기다려진다"는 염기훈은 "올 시즌을 앞두고 80kg이던 몸무게를 3kg가량 줄였다. 프로에 처음 입문했을 때의 체중(77kg)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21일 우라와전을 눈 앞에 두고 있지만, 염기훈의 시선은 일찌감치 다음달 2일 전북 현대와의 맞대결을 향해 있다. "전북도 페이스가 좋지만, 수원도 최근에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며 "전북은 선수 구성이 훌륭하지만 조직력은 수원이 앞선다. 충분히 우승을 바라볼 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