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난민선 구조작업에 18척의 선박이 투입됐으나 현재까지 확인된 생존자는 28명이고 수습된 시신은 24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에도 리비아를 출발해 이탈리아로 가던 난민선이 전복돼 550명 중 400여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지난해에만 지중해에서 13만명의 난민이 구조됐고, 그 중 3000여명은 익사했다는 통계를 전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인도주의적'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 급증하는 난민…목숨을 건 도해(渡海)
지난 14일 105명이 탄 난민선에서 12명의 기독교인이 바다에 던져지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생존자들은 "물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해 인간 사슬까지 만들어 살아남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지난주에만 지중해에서 익사한 난민은 5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익사한 50여명의 난민보다 10배가량 많은 수치다.
또 올해 1분기에 그리스 해상으로 밀입국을 시도한 난민은 1만 4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많아졌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10~12일 사흘 동안에만 시칠리아 해협에서 모두 5629명의 난민이 구조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 왜 지중해는 '난민들의 무덤' 됐나?…난민 91%25, 리비아서 유럽행 시도
이는 리비아의 지정학적 위치와 리비아의 혼란 정국이 이유로 꼽히고 있다.
리비아는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 가장 가깝다. 또 이탈리아 남부의 람페두사섬은 리비아에서 불과 220㎞ 떨어져 있다. 리비아에서 18시간 정도만 항해하면 이탈리아 영토에 상륙할 수 있다.
이번에 발생한 사고도 리비아와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사이 지중해에서 일어났다. 리비아 해안에서 북쪽으로 약 112㎞, 람페두사 섬에서 남쪽으로 193㎞ 떨어진 지점이다.
이런 이유로 전쟁과 가난 등을 피해 유럽행을 꿈꾸는 난민들이 리비아로 몰려들고 있다.
난민들은 대부분 아프리카 빈곤국가 출신으로, 말리, 수단,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이집트, 팔레스타인 국적자가 다수다.
또한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민병대 간 충돌 등으로 인한 정국혼란을 피해 리비아인들도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초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축출된 이후 내전으로 빠져들면서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 트리폴리와 벵가지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비이슬람계 민병대와 이슬람계 민병대 등 각종 무장조직이 난립하며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자, 치안은 불안해졌고 급기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난민들을 유럽으로 데려다 줄 보트 시설이 열악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또 보트에 인원을 초과해 승선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이 매우 크다.
이번 발생한 사고도 20m 정도 되는 어선에 950명가량의 난민이 승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반(反) 이민자 정서에 편승한 유럽 지도자들, 구조 작업에 미온적 태도
난민들의 목숨을 건 지중해 도해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 인권단체 등은 난민들을 안전하게 유럽으로 인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각국들은 예산 부족과 종교 갈등, 난민 증가 등을 이유로 이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는 5월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이탈리아의 경우, 정치인들은 반(反) 이민자 정서에 편승해 이민자 수용정책에 소극적이다.
이탈리아는 2013년부터 해군을 동원한 난민 구조작전 '마레 노스트롬'을 펼쳐왔지만, 지난해 10월 예산부족과 난민 증가에 따른 문제를 이유로 이를 중단시켰다.
이후 유럽연합이 주도하는 '트리톤'이 시행됐지만, 인권단체들은 '트리톤'이 지중해 순찰 작전에 불과하다며 난민 구조에 미흡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타샤 베르토드 EU집행위언회 대변인은 "EU는 구조작전을 펼칠 자금도 없고, 정치적으로도 지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인권단체 국제엠네스티는 성명을 통해 "지중해에서 희생된 난민들이 급증한 것은 유럽연합 국가들이 무관심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현재 구조작업이 부족한지 인정할 것이냐"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