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집회 참가 유가족.시민 경찰과 충돌 … 100명 연행

세월호 참사 피해 유가족들과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 참가자 수천여명이 18일 경찰과 격렬히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올해 처음으로 물대포를 동원하고 유가족 얼굴에 캡사이신을 발사하는 등 강경 진압으로 일관해 집회 참가자들의 비난을 샀다.

지난 16일 밤부터 광화문 누각 앞에서 경찰에 둘러싸여 고립된 채 연좌농성을 벌이던 세월호 참사 피해 유가족은 경찰의 차벽 설치에 항의하며 차도 일부로 진출하거나 경찰 버스 위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유민 아빠' 김영오 씨를 포함한 세월호 참사 피해 유가족 15명 등 22명이 연행됐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있다. (민중의 소리 제공)
한편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주최한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는 주최 측 추산 3만여명, 경찰 측 추산 1만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3시 30분쯤부터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하지만 유가족 중 연행자가 잇따르는 등 상황이 격화되자 집회를 중단하고 행진에 나섰고,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경찰의 차벽에 가로막히자 각자 흩어져 광화문광장으로 집결했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6000여명의 시민들은 유가족을 둘러싼 경찰 버스를 거세게 흔들거나 버스 위로 올라타며 저항했다.

이들은 "세월호를 인양하라", "박근혜 퇴진" 등의 문구를 스프레이로 적거나 "경찰 차벽은 위헌이다" 등의 내용이 담긴 스티커를 경찰 버스에 붙이기도 했다.

이후 저녁 7시 15분쯤 시위대가 밀어낸 버스 틈새로 시민 200여명이 유가족을 향해 달려가자 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저지했다.

또 시민들을 기다리던 유가족 중 30여명도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시도하다 캡사이신을 동원한 경찰 진압에 잠시 경복궁 서편에 고립되기도 했다.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대치를 이어가던 시민들은 밤 10시 30분쯤 광화문 앞에 있던 유가족과 시민들이 광화문광장 북단으로 돌아오자 이날 집회를 마무리지었다.

이날 경찰은 유가족 20명을 포함, 총 100명을 연행해 노원, 금천경찰서 등에 분산 호송했다.

또 집회 참가자와 경찰 간의 몸싸움으로 유가족과 시민, 경찰 등 11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2008년 이후 2번째로 시민들이 경찰 차벽을 넘어섰다고 한다"며 "여러분들이 내딛는 한걸음마다 후손들의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는, 생명과 인간 존엄의 가치를 높이는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도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셨기 때문에 설 수 있었다"며 "오는 24일과 25일에도 다시 이 자리에 모여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정원섭(44) 씨는 "지인의 조카가 단원고 학생이어서 평소 안타까워하던 중 근무가 끝나자마자 집회에 나왔다"며 "평화롭게 시위하고 있는데 경찰이 차벽을 세우고 시위를 막은 것이 문제"라며 경찰의 강경 진압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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