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는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KIA와 홈 경기에서 7회 통렬한 3점 홈런을 날렸다. 7-5로 앞선 1사 1, 3루에서 KIA 문경찬의 시속 133km 직구를 통타, 좌월 아치를 그렸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홈런이었다. 4사구 20개가 남발된 어수선했던 경기를 한방에 정리했다. 5점 차 리드를 잡은 LG는 더 이상 실점없이 10-5로 이겼다. 7승8패, 5할 승률을 바라보게 됐다.
LG로서는 기다리던 단비와도 같은 홈런이었다. 외국인 타자와 장타 부재, 득점력 빈곤 등에 시달리던 '가뭄' 타선에 시원하게 내려왔다.
이날 경기 전 양상문 감독은 "타선이 점점 살아나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경기에서 병살타 3개가 쏟아졌지만 그래도 방망이 중심에 공이 맞아나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여기에는 타선 침체에 대한 양 감독의 고민도 엿보였다.
LG는 이전까지 14경기에서 51득점에 머물렀다. 경기당 3.64점이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그 득점력으로 6승을 한 게 신기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홈런이 최하위였다. 14경기 6개, 경기당 0.5개 밑으로 신생팀 케이티(7개)보다 적었다. LG가 홈런으로 승부하는 팀은 아니지만 삼성, 롯데(이상 22개) 등이 상위권을 달리는 게 부러웠을 터였다.
외국인 타자 잭 한나한이 빠진 타선은 상대적으로 헐거웠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한 한나한은 LG의 숙원인 '우타 거포'를 풀어줄 정도는 아니어도 한방씩을 날려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도중 얻은 종아리 부상으로 지금까지 1군에 없다. 합류를 준비 중이지만 기약이 없어 그때까지는 타선이 버텨줘야 한다.
특히 밀어때린 홈런이라 더 값졌다. 타격감 상승세의 방증이다. 앞선 타석에서도 비록 파울이 되긴 했으나 오른쪽으로 홈런 타구가 나오기도 했다. LG는 최경철의 결승 솔로포와 이병규의 3점포를 더해 케이티를 홈런 최하위로 밀어냈다.
경기 후 양 감독은 "이병규의 살아난 타격감을 확인해서 더 기뻤다"면서 4번 타자의 부활을 반겼다. 이병규도 "개막전 목 부상 이후 타격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면서 "감을 찾기 위해 훈련을 많이 한 끝에 히팅 포인트를 찾았다"고 고무된 표정을 지었다.
이병규는 "팀의 4번 타자로서 부진해서 힘들었다"면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많이 미안했다"고 그동안 마음 고생도 털어놨다. 이어 "앞으로 찬스 때 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이병규는 지난해 116경기 타율 3할6리에 팀 내 1위인 16홈런 87타점을 올려줬다. LG로서는 그의 각성과 부활이 눈물겹게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