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감독은 "젊다 보니 구속을 내려고 있는 힘을 다해 던지다 보니 제구가 안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 감독은 오랜 코치 경험으로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다.
실제로 임지섭은 올 시즌 3번 등판에서 15⅓이닝 동안 14볼넷,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줬다. 거의 이닝당 사사구를 1개씩 내준 셈이다. 진야곱(두산, 11이닝 16볼넷)에 이어 리그 2위다.
이날도 임지섭은 볼넷을 적잖게 내줬다. KIA 타선을 상대로 5⅓이닝 7탈삼진 6피안타 4볼넷 4실점(3자책)했다. 3-3 동점을 허용한 뒤 6회 1사 2루에서 강판한 임지섭은 바뀐 투수 정찬헌이 안타와 볼넷으로 내준 1사 만루에서 역전 실점하면서 4실점째를 떠안았다.
하지만 임지섭은 양호했다. KIA 마운드는 더했다. 6회까지 볼넷을 무려 12개나 헌납했다. 일단 좌완 선발 임기준이 3이닝 5탈삼진 3피안타 4볼넷 3실점으로 강판했다. 이후 투입된 홍건희가 1⅔이닝 동안 3볼넷을 내줬다. 그나마 탈삼진도 같은 3개였다.
그러나 볼넷과 실책으로 곧바로 다시 역전을 허용했다. KIA는 6회말 수비에서 임준섭이 선두 타자 손주인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대주자 박지규가 폭투 때 2루를 훔치다 아웃되며 한숨을 돌렸다. 2사 1루에서 박용택의 뜬공으로 이닝을 마무리하는 듯했지만 유격수 강한울이 이를 놓친 게 화근이 됐다.
2사 1, 3루에서 등판한 심동섭은 이병규(7번)과 풀카운트 끝에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이진영마저 볼넷으로 내보냈다. 4-4 동점 밀어내기를 허용한 KIA는 베테랑 최영필을 올렸지만 역시 정의윤에게 볼넷으로 밀어내기 역전 실점했다. 강한울의 실책이 아니었다면 리드를 잡은 채 이닝을 마칠 상황이 역전의 악몽으로 변했다.
KIA도 끈질기긴 했다. 7회초 브렛 필의 2루타에 이어 주장 이범호의 적시타로 5-5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LG가 이번에는 볼넷이 아닌 방망이로 득점했다. 7회말 선두 타자 최경철의 최영필을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날리며 6-5, 리드를 가져왔다. 맥이 풀린 최영필은 박지규를 볼넷이 아닌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고, 이어진 1사 2루에서 3루수 박기남의 실책이 나오면서 점수가 5-7로 벌어졌다.
이날 KIA가 내준 볼넷은 13개로 역대 한 경기 한 팀 최다 기록인 14개에 불과 1개 차였다. 지난 2008년 두산이 잠실 한화전에서 내준 14개가 최다였다. 두 자릿수 볼넷을 내주고도 이기길 바라기는 무리였다. 여기에 결정적인 순간 나온 실책 2개도 선수들의 힘을 빼놨다.
결국 LG가 무려 4시간 20분여 끝에 10-5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LG도 썩 개운한 뒷맛은 아니었다. 투수진이 무려 14안타 6볼넷을 내줬다. 그럼에도 5점만 낸 KIA의 비효율적인 공격이 아니었다면 이기기 어려운 성적이었다. 6회 필승조 정찬헌이 승기를 지키지 못했고, 전날 32개의 공을 던진 김선규까지 나와야 했다.
타선도 상대 마운드의 난조에 편승한 면이 적잖았다. 6안타 사사구 14개를 얻었다. 특히 이날도 침묵하며 만루에서 15타수 무안타 행진이 이어졌다. 만루에서 상대 볼넷 2개로 2점을 얻었지만 적시타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4번 타자 이병규가 이전까지 타율 1할6푼7리로 허덕이다 이날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때린 게 고무적이었다.
경기 후 양 감독은 "오늘 이겨서 기쁘지만 이병규의 살아난 타격감을 확인해서 더 기쁘다"면서 "차가운 날씨에 끝까지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이날 경기에 대해 코멘트를 남기지 않은 채 넥센과 주말 3연전을 위해 광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