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세월호 인양 나서겠다"…성난 시민들엔 '묵묵부답'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팽목항을 찾았으나 일부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56분쯤 전남 진도 팽목항에 마련된 분향소를 방문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박 대통령은 차에서 내린 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낙연 전남도지사,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 이동진 진도군수와 인사를 나눴다.

앞서 오전 10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한 시민과 자원봉사자로 가장했던 경호 인력이 시민들의 접근을 막아섰다.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일부 시민들은 "세월호를 인양하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백발의 한 노인은 "1년이 다 되도록 세월호 하나 해결 못하는 대통령은 퇴진하라"고 소리쳤다.

또 한 남성은 '진실을 인양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세월호를 인양하라", "유족 앞에 사과하라"고 외치자 경찰이 거칠게 제지했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주기인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밝히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정부는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면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윤성호 기자)

이를 의식한 듯 박 대통령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분향소로 발걸음을 향했으나, 이미 실종자 가족 등은 분향소를 임시로 폐쇄하고 자리를 떠난 뒤였다.

곳곳에서 시민들이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며 목청을 높였지만, 박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의 임시 숙소를 지나 묵묵히 다시 차량으로 향했다.

그 길목에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높이로 '세월호 안에 사람있다, 실종자를 가족 품에'라는 노란 바탕에 붉은색 글씨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바닥만 응시한 채 차량에 탑승했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주기인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밝히고 인사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정부는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면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윤성호 기자)
박 대통령은 이어 팽목항 방파제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공간으로 이동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얼마 전 세월호 선체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발표가 있었다"며 "필요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선체 인양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국민 메시지를 밝히는 동안 삼엄한 경호로 인해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은 발이 묶였다. 이들은 경호 인력을 향해 "누구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이냐"며 항의하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가슴에 노란 리본 뱃지를 단 시민들은 볼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은 이날 예정된 대통령의 남미 4개국 순방을 두고 "대통령이 왜 해외에 가", "골치 아프니까 도망가는 거다", "그렇게 자신이 없으면 하야 해야지"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인양과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20여 분 만에 팽목항을 떠났고 남미 4개국 순방길에 오를 예정이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팽목항 방문에 대해 "사고 해역 인근을 방문해 그날의 아픔을 가슴에 깊이 되새기고 앞으로 이와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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