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싣는 순서>
① '예능 대세' 유병재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
② 김탁환 "세상은 추리소설처럼 '사필귀정' 아니더라"
③ 세월호 가족에게 '가족'으로 불리는 언론인
④ "1주기 지나면 언론은 또 썰물처럼 다 빠지겠죠"
⑤ "단상 위 대통령과 무릎 꿇은 母…내겐 충격적"
⑥ 배우 최민수, "세월호 참사는 미래에 대한 수장식"
⑦ '세월호 1주기'…다큐 영화 '다이빙벨'이 남긴 것
⑧ 형제자매들…"부모님 앞에서 슬픈 내색 못해요"
⑨ [르포] '아고라' 된 광화문 광장…꿈틀거리는 시민들
⑩ 배우 정진영 "세월호는 '비극'…유가족 발언 '경청'해야"
⑪ '표현의 자유'…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다
⑫ '제자리서 맴맴' … 세월호 이후 '재난보도'는 그대로
⑬ "세월호를 연극으로? 도저히 못하겠더라"
⑭ 임형주 "세월호 1주기, 발언 주저하는 상황 슬퍼"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있던 지난해 4월. 팝페라 테너 임형주는 자신의 대표곡 중 한 곡인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세월호 추모곡으로 헌정했다. 음원 수익금 전액을 유가족에게 기부하겠다는 약속과 함께였다.
이후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추모 분위기와 맞물려 곳곳에 울려 퍼졌고,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차트 1위, 월간방송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많은 이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시점이 됐다. 그리고 ‘천개의 바람이 되어’의 주인공 임형주를 직접 만났다. 이와 관련한 문화연예계 인사들의 입장을 듣기가 쉽지 않았지만, 임형주는 취재진의 인터뷰 제안에 흔쾌히 응했고, 담담하게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관련 발언을 멈칫하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슬프고 애석했다.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추모곡으로 헌정한 사람으로서, 또 그로 인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사람으로서 응당 인터뷰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임형주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많은 분이 마무리됐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분들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안타깝다.
먼저 이 사건 자체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있고, 또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무관심해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인데…. 나도 죄송스럽고 미안하다. 계속해서 그분들에게 귀 기울여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평소 신문 사랑으로 유명하다. 언론 보도에 대해 아쉬움은 없었는지.
언론사 마다 각자의 색채가 있고, 논조가 다 다르지 않나.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정치적 사건도 아니고, 그런 이슈도 아닌데 왜 언론마다 다른 방향으로 논조를 쏟아낼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진영논리에 갇혀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한 생각은.
조심스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지금은 유가족 입장도 고려하면서 정부 측 대응도 함께 지켜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래서 당신은 유가족 편이냐 정부편이냐’는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있다.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건인데 왜 여기에 편 가르기가 나오고, 좌파와 우파로 갈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왜 국민들이 둘로 갈라져야하는지 참 안타깝다. 다른 나라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어도 이데올로기적인 갈등이 발생했을까 싶다.
▶피로를 호소하는 여론도 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은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들만의 아닌 우리들의 일이 아닌가. 이 땅에 살고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올해 서른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뉴스 특보를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는 모두가 추모하는 분위기였다. 왜 유독 이 문제에만 피로를 호소하는 여론이 나오고 있는지 모르겠다.
세월호 참사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고, 정치적 이슈도 아니다. 편 가르기는 말이 안 된다. 천안함 사건을 잊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일련의 사건이다. 이 같은 참사는 꼭 기억되야하고,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할 일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심경은 어땠나.
너무 경황이 없었다. 정말 놀랐다. 안타까움 마음이 가장 컸다. 안산 임시 합동 분향소에도 갔었다. 당시 영정 사진을 보니 어린 고등학생 친구들이 참 많더라. 그게 참 가슴이 아팠다.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산화한 영혼들을 보니 비통하고 애통했다.
▶당시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추모곡으로 헌정하게 된 이유는.
2009년 2월에 처음 발표됐고, 김수환 추기경,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곡으로도 사용됐던 곡이다. 세월호 참사 추모곡으로 헌정하고, 수익금을 기부겠다고 선언한 건 4월 25일이다. 참사 후 9일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당시 여러 추모행사에서 음원 사용 허락 요청이 왔었고, 실시간 검색어 1위도 올랐다. 큰 화제가 되면서 이 곡을 헌정하고 수익금을 기부하는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고 수렴해서 결정한 일이다.
이후 음원사이트 7개곳에서 1위를 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더라. 많은 분들이 덕분에 힐링을 받으셨다고 해주신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음악 방송에서도 노래를 직접 제안이 왔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수익금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됐다.
꼭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총 5천 7백여만원을 기부하게 됐다. 내가 잘해서 이뤄진 일이 아니다.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들어 주시고 다운로드 해주신 모든 분의 성원 덕분이다. ‘성금을 한다는 생각으로 곡을 다운했다’는 댓글을 많이 보면서 감명을 받기도 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사실 마음의 빚이 있다. 평생 이 노래를 부를 때 세월호 참사를 생각하면서 불러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 작은 노래 하나가 큰 힘이 되었다는 것에 감개무량하다. 부족하고 미약하지만 위로 받으셨다는 분들이 많으셔서 감사하다.
이데올로기를 떠나 ‘천개의 바람이 되어’로 세월호 참사가 오랫동안 가슴 아픈 사건으로 기억된다면 더 바랄게 없다. 5주기 혹은 10주기가 되어도 이 일에 대해서는 잊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평소에도 나눔 활동을 활발히 하는 편인데.
잔이 너무 차면 흘러넘친다. 흘러넘치는 부분은 낭비다. 그렇게 소모되는 것보다는 사랑을 되돌려 드리는 게 맞다고 본다. 내가 나눔활동을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다. 현재 대한적십자사, 사랑의 열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한국 YWCA 연합회 홍보대사와 유네스코 평화예술 친선 대사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대단한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혼자 사는 곳이 아니고, 꼭 해야할 일들인데 다들 바쁘시니까 신경을 못 쓰시니까. 시간이 되고 여유가 되는 나 같은 사람이라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EBS FM ‘낭독1’ 제작진 측에 섭외를 받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노란 손수건’을 낭독했다. 2일 동안 녹음했고,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라디오를 듣고 많은 분들이 위로 받았다, 위안 받았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 과분한 찬사다.
개인적으로 ‘노란손수건’ 에피소드가 가장 뇌리에 남는다. 소설 속 이야기의 결말은 해피엔딩인데, 우리가 처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가슴이 아프더라.
▶기사 보도 후 임형주에 대한 비난 여론이 나올지도 모른다. 걱정되지는 않나.
어느 정도 각오하고 나왔다. 물론 걱정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런 여론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생존자,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생존해있는 분들이 회자되는 경우는 희생자분에 비해 적더라. 그들이 잘 성장하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움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트라우마로 남으면 절대 안 되는데, 심리 치료가 선진화 되어있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꼭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앞으로가 희망적일 것이라고 보나.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야 된다고 본다. 그렇게 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누차 말씀 드리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깊고,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평생에 남을 주홍글씨가 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감히 말씀드리면 유가족, 생존자들에게 귀 기울여주시고, 경청을 해주셨으면 한다. 또 정부의 대처를 관망하는 자세로 지켜봐야할 때라고 본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많은 국민들이 조금 더 중심을 찾고 생각을 하셨으면 한다. 어떤 게 국익에 우선인가, 국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하는 게 어떤 것인가 신중하게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