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은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 김초원 교사의 생일이었다.
사랑하는 반 아이들과 함께 배 위에서 행복한 생일을 맞았을 김 교사는 다음날, 살려달라 소리치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5층에서 4층으로 내려갔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생일날 딸을 잃은 김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56) 씨는 "딸이 떠난 이후 우리 가정은 아무런 희망도 없이 1년을 보냈다"며 "특별법을 만들어서 억울하게 죽은 딸의 원혼이라도 달래고 싶어 열심히 뛰었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딸에게 편지글을 남긴 김 씨는 "배 안에서 생일 케잌을 자르며 축하 노래를 부르던 게 마지막 행사가 될 줄 누가 알았겠냐"며 "하늘 나라에서 제자들과 축하 파티 열고 행복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다음은 김 씨가 생일을 맞이한 딸 김초원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글 전문.
딸 김초원 교사에게 보내는 김성욱 씨의 편지 |
작년 이맘 때. 4월 16일 그날 밤도 오늘 밤처럼 진도 팽목항에는 봄비가 내렸지요. 빗물과 눈물이 뒤섞인 차가운 밤바람과 우리들의 희망은 점점 멀어져만 갔습니다. 실낱같은 희망을 기다리며 며칠밤을 눈물로 기다렸지만 사랑하는 그님은 차가운 주검으로 엄마아빠 곁으로 돌아 왔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분한 마음으로 그님을 가슴에 묻고 울며불며 전국을 헤메이고 다녔습니다. 특별법을 만들기 위한 천만인 서명을 받기 위해 햇볕쨍쨍 내리쬐는 7·8월달의 더위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꼭 특별법을 만들어서 꼭 진실을 밝혀서, 억울하게 죽어간 우리딸의 원혼이라도 달래 주고 싶어서 열심히 뛰었건만 일년이 지난 오늘은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습니다. 그님이 떠난 이후 우리가정은 아무런 희망도 목적도 없이 일년을 보내 왔습니다 이밤이 지나 새날이 밝아 와도. 그님은 돌아오지 않겠지요. 한번만이라도 만저보고 싶고 그님의 향기을 느껴 보고 싶은건 지나친 욕심일까요? 그토록 좋아하던 제자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꿈꾸면서 수학여행을 떠난 그날 배안에서 새벽에 생일케잌 자르며 축하 노래을 불렀건만 그게 마지막 행사가 될줄은 누군들 알았을까요. 스물여섯 나이에 스물여섯명의 제자들과 차가운 봄바다 속으로 영원한 수학여행을 떠난간 사랑하는. 우리 이쁜 딸 무척이나 그립고 보고 싶구나. 내일은 우리 이쁜 딸 생일이구나. 하늘 나라에서 제자들과 축하 파티열고 행복하게 잘 지내길 이 못난 아빠 빌고 또 빌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