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MVP는 외국 선수상의 부활도 양동근(34 · 모비스)의 수상이 예상됐다. 함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리카르도 라틀리프도 충분한 자격을 갖췄지만 외국 선수상이 생기면서 MVP 후보에서 빠졌다. 이날 양동근은 역대 최다인 86표를 얻어 통산 세 번째 MVP에 올랐다.
신인상은 생애 한번뿐인 영예다. 오리온스 이승현(197cm)과 삼성 김준일(이상 23 · 202cm)이 강력한 후보였다. 이승현은 54경기 전부 출전, 평균 33분43초를 뛰며 10.9점, 5.1리바운드, 2.0도움을 기록했다. 김준일도 팀은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신인 중 가장 높은 평균 13.8점(4.4리바운드)을 올렸다.
결국 팀을 플레이오프(PO)로 올린 이승현이 수상했다. 총 99표 중 74표를 얻어 김준일의 25표보다 앞섰다. 역대 신인왕 중 최하위 팀 수상은 없었다. 대신 김준일은 이날 인기상의 수상자로 호명돼 아쉬움을 그나마 씻을 만했다.
하지만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온 선수는 김준일이 아니었다. 입단 동기 배강률이 대신 수상했다. 배강률은 대리 수상 소감에서 필리핀에 있는 김준일에게 바친다고 밝혔다.
김준일은 박재현, 임동섭, 이호현 등 삼성의 미래를 이끌 기대주들과 함께 일찌감치 필리핀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정규리그 이후 6강 플레이오프에서 이승현이 한창인 뛰던 지난달 중순부터다. 신인왕은 잊고 오는 28일까지 단내나는 훈련이 예정돼 있다.
사실 삼성 구단은 이들의 훈련 사실을 알릴 생각이 없었다. 잔칫날 빠져 있다는 모양새가 좋을 게 없는 데다 혹시 알려진다면 현지에서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러나 배강률이 수상 소감에서 필리핀을 언급하면서 의도치 않게 알려지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최하위를 한 상황에서 해외 전훈은 얘기하지 말자고 했는데 배강률에게까지 전달되지는 못했다"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김준일은 다음 시즌 라이벌 이승현을 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15-16시즌 신인왕 무산의 아쉬움을 떨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