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대선자금도 같이 수사하자면서 물타기 하려고 했던 김무성 대표도 이제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경향신문 녹음 음성파일을 압수해야 한다며 초점을 엉뚱한 곳에 돌리는 여당 의원이 있기는 하다. 혹시 앞으로 야당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해야할 것은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진실 규명이다. 문제는 과연 이 상태로 엄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느냐이다.
그렇잖아도 검찰에 대한 불신이 있지만, 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정권의 실세들이 논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에서 정권하고 관련된 부패비리 사건, 이른바 '게이트'들이 있었지만, 현직 총리를 포함해 이 정도 비중있는 인사들이 망라된 경우는 없었다.
야당에서는 이완구 총리가 사퇴하고 수사를 받든지, 수사 기간동안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총리의 직무 정지는 법적 근거도 애매하지만, 수사의 중립성 확보에 별 실효도 없어 결국 사퇴여부가 관건으로 보인다. 이완구 총리는 '1원 한푼 받은 적 없다'며 악의적 모략에 그만 둘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집권 새누리당에서도 그대로는 갈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오늘(14일) 오후 긴급최고위를 열어 일단 총리에 대한 수사를 빨리 진행해 총리 거취 문제를 판단키로 한 것 같다.
이런 대혼돈의 정국에 박근혜 대통령은 이틀 뒤 16일 중남미 순방이 예정돼 있다. 그렇잖아도 16일은 세월호 참사 1주기여서, 논란이 있는 해외순방 일정이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 방향과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박근혜 정권의 향배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집권여당의 위기상황을 말하면서 '천막당사'정신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했던 빨간색의 '새누리당'이 또 다시 색깔을 바꿔야 할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