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숨지기 직전 인터뷰에서 홍 지사에게 2011년 5∼6월 1억원, 홍 의원에게는 2012년 대선 때 2억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은 그러면서 이 돈이 각각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의 대선자금과 홍 지사의 한나라당 대표 경선 비용 명목이었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1억', '홍문종 2억'이라고만 적혀 있는 '금품메모'에서 한발 나아가 돈을 건넸다는 시기와 뭉칫돈의 쓰임새가 이날 보도된 성 전 회장의 녹취록에서 더 자세히 드러난 셈이다.
별도의 '로비 장부'가 발견되거나 돈이 오가는 데 관여한 주변 인사가 성 전 회장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면 본격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특히 2011∼2012년이라는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공소시효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공소시효는 7년이어서 3년 넘게 수사할 시간이 남아있다. 이 돈을 대가성 있는 뇌물로 본다고 하더라도 1억원 이상 수뢰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어서 시간은 더 넉넉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착수하는 과정의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공소시효를 들었다. '금품메모'에 적힌 정치권 인사 8명 중 적어도 홍 지사와 홍 의원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라는 법리적 장애물이 사라진 셈이다.
반대로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해 제기된 의혹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가 수사 여부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이 김 전 실장에게 미화 10만 달러를 줬다고 주장한 시기는 2006년 9월이다. 허 전 실장도 2007년으로 이미 7년 이상 지났다. 오간 돈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본다면 공소시효(당시 법 기준 5년)가 이미 완성됐다. 대가성 있는 뇌물이라고 판단할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의 공소시효인 10년이 적용될 수 있다.
미화로 받았다는 김 전 실장은 여기에 환율까지 따져봐야 한다. 2006년 당시 환율을 적용하면 한화로 1억원이 안 된다. 이 경우 뇌물이라도 공소시효가 7년으로 줄어들어 처벌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