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지난 3일 오전 10시 고 성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다음날 새벽 4시까지 16시간 동안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95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정부지원금 등 800억원을 챙기고 회삿돈 25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특히 검찰은 이 과정에서 고 성 전 회장의 부인과 아들 등 가족의 비자금 조성과 회삿돈 유용 혐의를 거론하며 조사의 강도를 높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 성 전 회장의 변호인에 따르면 검찰은 조사 당시 부인 동모씨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특정 회사의 이름을 말하며 신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동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동씨가 실소유주인 '코어베이스'와 '체스넛'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그러나 검찰이 고 성 전 회장을 조사하면서 거론한 회사는 '코어베이스'와 '체스넛' 등과는 다른 별개의 기업이었다고 변호인은 밝혔다.
이에 대해 고 성 전 회장은 검찰이 비자금과 관련해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회사 이름을 거론했다는 말을 변호인에게 했다고 한다.
검찰은 또 고 성 전 회장의 아들이 법인카드를 이용해 4년 동안 1억6000여만원의 회삿돈을 사용한 정황이 있다며 구체적인 경위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고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숨지기 전 인터뷰에서 "자원 쪽을 뒤지다 없으면 그만둬야지, 제 마누라와 아들, 오만 것까지 다 뒤져서 가지치기 해봐도 또 없으니까 또 1조원 분식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자원개발 의혹 수사를 벌이다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자 가족들을 뒤지며 압박하는 등 사실상 별건 수사를 했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고 성 전 회장은 이와 함께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생명을 바쳐서라도 이름 석 자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검찰 수사가 자신의 가족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고 성 전 회장이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