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고 성완종 전 회장의 리스트 공개로 파문이 확산되자 김진태 검찰총장은 10일 오후 대검 간부회의에서 수사 착수 의사를 밝혔다.
김 총장은 "리스트의 작성 경위 등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관련 법리도 철저히 검토해 그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우선 리스트의 필적감정과 고 성 전 회장이 남긴 녹취록의 성문분석을 통해 본인이 남긴 기록이라는 점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고 성 전 회장의 필적과 음성이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수사가 진전될 경우에 대비해 법적인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한 절차인 셈이다.
검찰은 또 고 성 전 회장이 리스트를 작성할 때 참고한 근거자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유족들과 경남기업에게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기로 했다.
리스트에 8명의 이름과 함께 6명은 구체적인 액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날짜까지 적시한 점에 비춰볼 때 참고자료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유품 중 휴대전화 두 대를 분석하는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성 전 회장이 죽음을 앞두고 여권에 구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통화내역을 분석하면 수사의 단서를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아울러 성 전 회장의 측근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이 돈을 마련하고, 전달하는 과정에 측근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수수사에 밝은 한 검찰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돈을 혼자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금을 인출하고, 포장하고, 전달한 측근이 있었을 것이다"고 추정했다.
졸지에 주군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만큼 내막을 잘 아는 경남기업 임직원 중에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사람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검찰 입장에서는 금품을 건넸을 것으로 보이는 핵심 당사자가 이미 숨졌기 때문에 녹취와 리스트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물증과 증인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검찰은 리스트에 등장하는 이름과 액수를 참고로 정치자금법이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지도 검토한다.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는 7년이어서 돈을 주고 받은 사실이 있더라도 시기가 지난 2007년 이전이면 수사에 착수하기 곤란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이에 비해 특가법의 뇌물수수 혐의는 금품 액수에 따라 최장 10년까지 공소시효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금품 전달이 사실일 경우 사법처리가 가능하다.
검찰에서는 리스트에 등장하는 인사들이 전현직 의원들과 단체장인 만큼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 때 고 성 전 회장의 자금 흐름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단순히 이름과 금액만으로는 수사단서로 삼기 어렵고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도 지났다는 반론도 있어 수사가 순탄하게 진행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