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행복한 학교"…함양 안의중학교 이유있는 대변신

노정임 교장 부임 이후

"이런 학교 보셨습니까? 아이들이 교문에 들어서자 마자 행복해 하는 모습이 보이죠."

학생들이 교문으로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는 교장선생님과 교사들과 하이파이브를 한다. 교사와 학생이 눈을 맞추고, 격의없는 대화를 나눈다. 서로 등을 토닥이거나, 껴안주고 따뜻한 말들이 오고 간다. 함안 안의중학교의 등교 시간 매일 엿볼수 있는 모습이다.

안의중학교는 지리산 자락인 함양군 안의면에 있는 전교생 74명의 농촌 학교다.

인근 지역의 대표 사학으로, 7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많은 인재를 배출해냈던 안의중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방만한 경영과 학교 구성원들과의 갈등 등으로 잡음이 일면서 학부모들에게 기피당하는 학교로지 위상이 추락하기도 했다.

변화의 시작은 학교를 더이상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이사회의 판단으로 교장공모제를 통해 지난 2013년 9월 노정임 교장이 부임하고 나서 부터였다.


노정임 교장은 오자 마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2014년 전체교사 9명 중 8명을 젊고 유능한 교사로 교체했다. 대신, 교사들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학교 교육과정을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해 만들고 모든 의사결정을 교무회의를 거쳐 시행하는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추진했다.

"제가 오기 전에는 학교 주변에서도 그렇고, 학교 구성원들도 많이 실망을 하고 있었어요. 학부모들도 거창이나 함양읍으로 보내버리고, 우리학교에 진학을 안 시킬 정도였죠. 그런데 새로운 선생님들 오시고, 구성원들이 새롭게 바뀌니까, 학교도 바뀌기 시작했죠."

교사들은 우수한 실력에 헌신과 열정으로 보답했다. 학력도 많이 떨어져 있고, 가정에서의 돌봄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교사들은 밤늦게까지 방과후 수업을 하고, 자율학습을 지도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학교를 개방해 학생들과 같이 공부했다. 집이 먼 학생들을 위해 야간 방과후수업까지 하고 나면 차편이 끊겨 고민하면서도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학생의 학교 차편 지원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같은 가르침에 공부를 멀리하던 아이들에게도 자신감이 쑥쑥 생겨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들과는 교사의 권위를 내려놓고 스킨십으로 다가갔다. 노 교장이 부임 이후 제일 먼저 한 것이 아침마다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아이들을 맞이하는 일이었다. 점심 급식에도 직접 배식을 하면서 아이들과 친밀감을 높였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이들이 눈치를 보고 피했지만, 선생님들의 진심을 느끼면서 이제는 아주 자연스러운 안의중학교의 등교 모습이 되었다.

올해 3월 입학식 때엔 선생님들 모두가 신입생들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을 했다. 그런 뒤 선생님들이 신입생들 한명 한명과 일일이 입학을 축하해주는 시간도 가졌다.

선생님들과 관계가 좋아지니, 아이들도 교우관계도 자연스레 좋아졌다. 노 교장이 안의중 아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너무 밝다는 것을 꼽을 정도다. 학교 교문을 들어설 때부터 하루 종일 표정이 너무 행복해 한다는 것이다.

"적응을 잘 못해서 다른 학교에서 전학을 온 아이들 4명이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 아이들도 얼마 안 가 오롯이 우리 아이들이 됐어요. 정말 놀라운 변화인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학교 분위기를 그렇게 만들고 있죠."

이같은 노력과 열정들은 결실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전국 교육청과 주관한 '삼성스마트 스쿨'에 선정됐다. 학생과 교원 모두에게 1인1태블릿PC가 주어졌고, 최첨단 IT기기와 전 학내 와이파이망을 이용할 수 있는시설이 지원됐다.

이를 적극 활용하면서 수업에도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이른바 '거꾸로교실 수업'을 하는데에도 스마트 수업을 접목시키니 아이들이 관심이 높아진 것은 물론, 학업에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또, 전국 중학교를 대상으로 교과부에서 공모한 '거점별 우수중학교'에 선정되면서 3년에 걸쳐 15억원의 예산을 받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경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을 하는가 하면, 전국체전에서 메달도 수상하고, 학교 밴드부도 여러 대회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이기도 했다.

안의중학교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일은 기숙사 추진이다. 지금 건물 설계에 들어가 연말엔 착공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선정된 거점별 우수중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사업인데, 현재 다니고 있는 재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닌, 새롭게 맞이할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 등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이 학교 기숙사 생활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 아이들보다는, 건강이 안 좋거나, 부모들이 잘 돌보지 못하는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많이 늘고 있는데 그런 아이들이 우리학교로 왔으면 좋겠어요. 우리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보살필 능력이 충분하거든요. 이런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면 어떤 아이들이 와도 행복할 것 같아요."

학교의 이같은 방침에 함양군에서는 기숙사 신축에 대한 투자로, 총동문회나 학부모에서도 다양한 방면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학교에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이같은 대변신에 대해 노 교장은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공을 돌렸다. "실력과 열정을 갖춘 교사들과, 인사권을 포함한 전권을 교장에게 맡긴 이사장님과 이사회, 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준 지역사회, 선생님을 믿고 따라온 아이들까지 모두가 이룬 변화의 힘이었구요. 이런 학교에서 일하는 저는 얼마나 행복한 교장인 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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