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는 삼성전자의 포부가 국내 만큼은 비껴간 것으로 보인다. 비싼 가격과 아이폰과 달리 언제든 살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인식 탓이 컸다.
◇ "시간지나도 재고 있고 공시 지원금도 오를 것"… 갤럭시 학습효과?
10일 용산 전자랜드의 휴대폰 상가에서는 갤럭시 S6와 엣지를 찾는 고객들을 찾기 힘들었다.
"물량이 부족하다"는 말에 갤럭시 S6 엣지를 손에 넣기 위해 줄서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그나마 온 고객들마저 다른 휴대전화를 찾는 모습에 "언론에서 떠드는 갤럭시 S6 열풍은 아무래도 국내는 아닌 것 같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 얘기다.
똑같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이후지만 지난해 아이폰6 출시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를 두고 '학습 효과'라고 했다.
아이폰은 초기에 예약을 안하면 아무리 기다려도 살 수도 없고 시간이 지나도 가격도 안 떨어져서 초반에 무조건 줄서서라도 산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 갤럭시는 지금 당장 물량이 없다고 해도 결국에는 재고가 나오기 때문에 굳이 시간들이고 발품팔며 지금 살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통법 시행 이후 '출시 첫날 스마트폰 사면 호갱'이라는 말에 공시지원금이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겠다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전자랜드의 다른 휴대전화 매장에서도 "갤럭시S6 열풍은 느끼기 힘들다"며 "아무래도 가격이 좀 떨어지고 주변에 쓰는 사람들이 좀 생겨야 살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의 한 대리점 사장은 갤럭시 S6 열풍에 대해 "웃기는 소리"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아이폰 6 때는 지나가다 잠깐 들려서 언제 출시되냐 예약하면 얼마나 걸리냐 등을 물어보거나 실제로 예약하는 고객들도 많았지만 이번 갤럭시 S6는 예약은커녕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조차 없다"며 허탈해했다.
서울 중구의 한 대리점에서는 갤럭시 S6와 엣지를 예약한 사람이 지금까지 모두 6명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날 이동통신3사의 공시지원금이 풀리자 예약 가입자 일부가 갤럭시 S6와 엣지구매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공시지원금이 생각보다 얼마 안돼서일 수도 있고 통신사마다 다른 공시지원금에 해당 매장에서의 예약을 취소한 사람일 수도 있다.
대리점 사장은 "우리 대리점뿐만 아니라 다른 대리점에서도 예약 가입자들이 더러 취소를 했다"며 "취소자가 곳곳에서 생기면서 물량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화이트, 골드, 블랙 등 갤럭시 S6와 S6엣지의 색깔별로 현재 물량 상태를 지점끼리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메시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아주 넉넉한 물량은 아니지만 한 매장마다 비치할 수 있는 단말기 수를 감안하면 부족하다고 할 정도도 아니었다.
"특히 엣지의 경우 일부 매장에서는 물량이 부족하다며 구매를 권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지금은 원하는 색깔별로 다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다른 대리점에서도 "삼성전자나 언론에서 엣지 물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이폰처럼 초반 수요를 올리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 우후죽순 이통사 지원금도 '도긴개긴'… 갤럭시S6 발목은 결국 단통법?
이날 이동통신3사의 공시지원금이 공개됐다. 3사는 서로 높은 지원금을 책정하고 다양한 혜택도 제공한다며 소비자의 지갑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휴대폰 가격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금액이다.
특히 KT는 최대 21만 1,000원에다 유통점 할인금 15%까지 받으면 최대 25만원 가까이 할인받을 수 있다며 차별화된 혜택을 선전했다.
그러나 최대 '21만 1000원'의 공시지원금은 약정 할인도 안되고 제일 비싼 12만 9000원짜리 요금제를 쓰는 경우에만 받을 수 있는 것었다.
대리점에서는 한결같이 "약정 할인되는 요금제의 경우 S6나 S6엣지나 공시지원금은 15만원 수준을 넘기지 않는다"며 입을 모았다.
초반 지원금에 혹해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면 그야말로 '호갱'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출고가 85만 8,000원인 갤럭시 S6를 KT에서 10만원대 요금제로 사면, 공시지원금 15만 9,000원에 유통점 지원금 2만 3,800원을 합해 18만 2,800원 할인받을 수 있다.
언뜻 보면 할인폭이 커 이런 조건으로 사는 게 유리해보인다. 그러나 2년 약정으로 하면 매달 11만 3,800원의 요금을 내야한다.
SK텔레콤에서 출고가 97만 9,000원짜리 S6 엣지를 8만원대 요금제 사면 공시지원금 9만원에 유통점 지원금 1만 3,500원을 합쳐 모두 10만 3,500원을 할인받는다.
할인폭으로 따지면 10만원대 요금제에 비해 적지만 2년 약정으로 하면 매달 10만 635원의 요금을 내면 된다.
데이터를 비현실적으로(?) 많이 쓰지 않는 이상 출고가가 10만원 더 비싼 엣지를 8만원대 요금제로 사는 게 결국은 더 저렴한 셈이다.
공시지원금이 통신사마다 달라보이기는 해도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로, 2년 약정으로 따지만 결국 다 '도긴개긴'이라는 게 대리점 관계자들의 얘기다.
결국 "어느 이통사에서 하든지 단말기 가격 할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성향에 맞는 적정한 요금제와 할인 가능한 결합 상품 등을 따져서 사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단통법을 보완하겠다며 보조금 3만원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누구에게도 도움 안되는 생색내기"라며 볼멘 소리를 쏟아냈다.
한 대리점 사장은 "100만원짜리 휴대전화 사는데 고작 3만원 더 준다고 소비자들이 사려고 하겠냐"며 "고객도 판매하는 사람도 모두 다 어렵게만 됐다. 갤럭시 S6가 아무리 좋아도 고작 이 보조금으로는 국내에서 열풍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