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보고도 입다문 경찰…비난 자초

"메모 없다고 안했다. 안경, 모자 '등' 이라고 했다" 황당 해명

유서를 남기고 행방이 묘연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끝내 숨진채 발견됐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한산 형제봉매표소 인근 산자락에서 숨진채 발견된 성 전 회장의 시신이 수습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직후 경찰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담긴 메모를 발견했지만 침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9일 오후 3시 32분쯤 서울 북한산 인근 산책로에서 성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했다.

유서까지 쓰고 잠적한 성 전 회장의 의류나 소지품에서도 자살을 암시하는 메모 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취재진은 성 전 회장 시신 발견 경위에 대한 경찰의 공식 브리핑 당시 이를 집중 질의했다.

취재진은 "가지고 있는 소지품이 있었나?", "가방이나 다른 소지품은 없었나", "휴대전화 이외 가지고 있는 물품은 없었느냐"고 반복적으로 물어봤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진 산자락 부근에서 발견된 성 전 회장의 휴대폰 (사진=윤성호 기자)
이에 경찰은 시신 외부에서 발견한 흰색 모자와 안경, 휴대전화 2개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공식 브리핑에서 "일단 현장 상황 자체가 자세히 검안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고, 의복 내부에 있는 것들도 병원에 가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킬 '성완종 리스트'가 담긴 메모에는 입을 꾹 다물었다.

경찰은 이후 성 전 회장의 사망시각도 검안이 끝난 직후 정확히 알려주기로 했지만, '민감한 사안'이라며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가 10일이 돼서야 종로 경찰서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의 사망 시각은 '오전'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이 성 전 회장의 시신을 수습하며 발견했던 '성완종 리스트' 메모는 영원히 묻힐 가능성도 있었지만, 10일 경향신문이 성 전 회장과의 통화 내용 육성 녹음의 공개를 예고하자 검찰로부터 공개됐다.

해당 메모는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뿌렸다고 주장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5~6명의 이름과 특정 액수가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제서야 종로 경찰서는 해당 메모가 성 전 회장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의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 전 회장 시신을 경찰과 검찰이 검안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해당 메모를 발견해 수거했다고 설명했다.

메모를 발견하고도 공식 브리핑에선 언급도 하지 않은 것.

이에 대해 경찰은 "(해당 메모가) 없다고 하지 않았다. 안경, 모자 '등' 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해당 메모에 전·현 대통령 비서실장, 국무총리, 도지사 등의 이름이 적혀 있어 정치적으로 부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민들이 보고 있는 공식 브리핑에서 수사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경찰의 수사 책임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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