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1월 7일 ‘전국 조희팔 피해자 채권단’ 임원 9명은 대구 수성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다짐했다.
당시 채권단은 피해금액 검증 절차를 거친 뒤 2010년 10월 31일 회수한 돈을 모두 환급하겠다는 구체적인 업무 로드맵도 내놨다.
다단계 피해자 2만 7천 명(2011년 1월 기준)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피해 회복에 필요한 업무처리를 채권단에 위임했다.
만 6년 3개월이 지난 10일 채권단 수뇌부가 했던 당시 약속은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날 법원으로부터 중형을 선고 받은 공동대표 곽모(46)씨와 김모(55)씨, 황모(56)씨 등 임원 7명은 자기 주머니 채우기에만 혈안이었다. 관련기사 : CBS노컷뉴스 <조희팔 재산 은닉, 채권단 간부 무더기 중형>
조희팔 법인 소유의 경남 창녕 호텔과 부산 진구의 백화점을 헐값에 매각한 뒤 이중 48억 원을 꿀꺽했다.
부산은행과 제일은행에 예치돼 있던 ㈜챌린지 법인 자금 28억 원도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
조희팔의 범죄수익금 690억 원을 관리하던 고철업자가 이 돈을 주식에 투자하는 걸 눈 감았고 CD금리 이자 51억 원을 면제해줬다. 대가로 5억 4천5백만 원의 뒷돈을 챙겼다.
횡령과 배임 행위도 모자라 채권단 임원 지위를 이용해 공갈과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공동대표 황씨는 “돈을 주지 않으면 피해자들을 동원해 백화점 영업을 방해하겠다”고 위협해 부산지역 백화점 매수인에게서 4년간 4억 2천만 원을 뜯어냈다.
대구지역 피해자 최모(62,여)씨는 “다단계 사기에 걸려 2억 5천만 원을 날렸다. 채권단을 믿고 기다린 우리는 두 번 죽은 셈이다”고 분을 참지 못했다.
채권단 대표 구성이 처음부터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 단체인 바실련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 공동대표 3명은 다단계 업체 지역 본부장을 지낸 사실상 조희팔의 조력자였다”며 “이들이 피해자 행세를 하고 채권단 대표 자리를 꿰찬 순간 이런 사태는 예견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채권단 임원 이모(47)씨는 지난 1일 공판에서 “솔직히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남들보다 은닉자금 행방에 관한 정보를 더 빨리 입수할 목적으로 채권단 수뇌부에 접근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