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사람 살리는 수사하라" 했는데…거듭되는 자살

유서를 남기고 행방이 묘연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끝내 숨진채 발견됐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한산 형제봉매표소 인근 산자락에서 숨진채 발견된 성 전 회장의 시신이 수습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경남기업 성완종 전 회장의 자살로 검찰의 처지가 곤란하게 됐다. "사람을 살리는 수사를 하라"는 김진태 검찰총장의 발언도 무색해졌다.

성 전 회장을 수사했던 검찰 관계자는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으나 피의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만큼 검찰의 수사 방식도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 2월 3일 대검 간부회의에서 "검사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며 자살 등 피의자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는 데 주의하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대검찰청은 같은달 6일 피의자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수사과정에서 피의자 인권보호에 만전을 기해 극단적 행동을 예방하라"는 내용의 '피의자 수사 관련 업무 지침'을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

김 총장은 이어 지난달 17일 간부회의에서는 "내사를 정밀하게 해 수사에 착수하면 가장 이른 시일 내에 환부만 도려내고 신속하게 종결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김 총장은 "수사 전반에 걸쳐 공정성이나 형평성 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수사 대상자인 사람과 기업을 살리는 수사를 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성 전 회장이 검찰 수사 중 자살을 하면서 환부를 신속하게 도려내기는커녕 결과적으로 환자를 아예 숨지게 하는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처럼 환부만 들어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를 받다 피의자가 자살을 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관련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경찰관 최모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해 7월에는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김광재 전 한국철도시시설공단 이사장이 한강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지난 2004년 3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에게 인사청탁의 대가로 3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조사를 받던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이 역시 한강에 투신해 숨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현대아산 이사회 정몽헌 전 회장도 각각 지난 2009년과 2003년 지금은 사라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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