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좌완 임기준은 6이닝 동안 120개의 공을 던졌다. 13피안타에 사사구를 10개나 내주면서 10실점했다. 이미 승부가 갈린 상황에서 벌투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김기태 KIA 감독은 9일 경기를 앞두고 "벌투가 아니었고, 다음 일정상 투수진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 역시 김 감독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 있다. 경기 운영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벌투 논란은 지난해 이미 충분히 겪었다"고 운을 뗐다. 지난해 5월 7일 NC와 홈 경기였다. 당시 넥센은 선발 문성현이 2이닝 만에 10피안타 3홈런 10실점으로 무너졌다. 이후 등판한 윤영삼 역시 4이닝 90개를 던지며 11피안타 3홈런 12실점했다. 이날이 프로 1군 데뷔전이었던 윤영삼에게 다소 가혹한 상황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염 감독은 "선발이 초반에 무너져도 크게 무너진 상황에서 불펜 투수들을 많이 쓰기는 어렵다"면서 "그런 상황에서는 팀을 위해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데 그때 윤영삼이 그 역할을 해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이 촘촘한 상황에서 당일 경기 때문에 나머지 일정에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팀을 위한 희생에도 원칙이 있다. 정신적으로 혹독한 상황을 이겨낼 선수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멘탈이 약한 선수에게 그 상황을 맡긴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윤영삼은 그걸 이겨낼 정신력이 있다고 봤기 때문에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영삼이 그 경기 후 '감독님,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습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임기준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화 유창식 역시 지난달 21일 시범경기 때 117구를 던진 바 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 부상으로 많이 못 던져서 감을 익히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이유가 없는 투구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감독도 멘탈이 튼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염 감독은 "투수 운용을 그렇게 하면 무조건 벌투 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 "감독 역시 그런 논란과 혹시 모를 비난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