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추진하는 오픈 프라이머리는 '선거일 전 60일 이후 첫 토요일'에 국민이 참여하는 후보경선을 여야가 함께 치르게 한다는 것이다. 총선이란 본선거에 앞서 치러지는, 중앙선관위 주관의 공식 예비선거가 된다.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은 지난해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김무성 대표의 공약이었다. 또 18대 총선 때의 '친박 학살', 4년 뒤의 '친이 학살' 등 권력자가 행사한 하향식 공천의 횡포를 막을 대안으로 거론돼왔다.
새누리당은 "정당 민주주의가 오늘 첫발을 내디뎠다. 국민과 함께 정당을 혁신한 첫 날로 기록될 것이다. 민주정치를 위한 정당개혁, 민주정당을 위한 공천혁명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박대출 대변인)라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향후 오픈 프라이머리의 정착을 위해서는 공직선거법의 개정이 필수적이고, 향후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관련 입법을 맡게 된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야당과 정개특위에서 협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야가 제때 입법을 완료한다면 20대 총선에서 명실상부한 예비선거가 실시될 수 있다.
선거법 개정이 충분히 이른 시점에 완료될 것이냐가 관건이다. 정개특위의 활동시한은 일단 8월 말까지로 잡혀 있다. 그러나 예년과 마찬가지로 선거구획정 등을 놓고 의원들의 이해가 충돌하면서, 총선 직전까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오픈 프라이머리 관련 입법이 총선에 임박해서야 완료된다면 20대 총선에는 도입이 어렵다.
새누리당 안대로라면 예비선거관리위(기존 공천심사위)가 선거일로부터 약 9개월 전인 올해 7월 중 구성돼야 하고, 내년 2월에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실시돼야 한다. 이 일정에 맞도록 입법과 당헌·당규 개정이 이뤄지지 못하면,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은 대책없는 상태에 놓인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신속 입법을 위한 야당 협조가 필수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이학영 의원이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는 있다. 그러나 일부 항목에서는 이견을 드러내고 있는 데다, 당장 당론 수립이 가능한 단계에 있지도 않다.
새정치연합은 "오픈 프라이머리를 기조로 하더라도, 여성·청년 등 사회적 약자의 정계진출을 위해서는 전략공천을 전면 폐지할 수 없다"(서영교 원내대변인)는 입장이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여당 안이)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고 생각되나, 우리 당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공천혁신단에서 논의가 진행된 뒤 이르면 이달, 늦으면 다음달쯤 당론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새누리당 단독으로 오픈 프라이머리를 실시하는 경우, 야당 지지자들의 예비투표 '역선택'을 방지하기 어렵게 된다.
대선이나 광역단체장 선거와 달리 조직 동원을 통한 결과조작이 쉽다는 위험성, 본선거에 앞서 국민이 후보를 선출해 정당 간 차별성이 없어진다는 점, 신인과 소수당이 불리하다는 점 등 제도 본연의 취약점도 여전히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내에는 '여야 동시실시가 아니면 우리도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 존재한다. 이를 단속하는 것도 여당 지도부의 몫이다.
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는 '야당이 반대하면 우리 단독으로라도 추진하자'는 내용을 추인한 게 아니다. 여야 협상이 안 풀린다면 제도 도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의원도 "의원총회 결론은 일단은 최대한 입법을 위해 야당을 설득하는 등 노력한다는 것이고, 그게 안된다면 그때 가서 다시 논의해본다는 정도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무리하게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당 대표가 공약한 것이니까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는 나도 동의한다. 그렇지만 문제점이 너무 많지 않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