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리본 단 션 헵번 "왜 아이들이 첫 구조대상 아니었나"

오드리 헵번 아들 션 헵번 "세월호 가족들 정말 중요한 일 하고 있다"며 격려

"세월호 가족들이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세월호 가족들의 요구는) 한국의 미래, 특히 인권을 보호하는 일이다."

오드리 헵번 가족과 416가족협의회,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래닛이 함께하는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 계획이 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발표됐다.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은 오드리 헵번의 첫째 아들이자 '오드립 헵번 어린이재단'의 설립자인 션 헵번 페러(Sean Hepburn Ferrer)가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트리플래닛'에 제한하여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이날 헵번 가족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특히 션 헵번의 아내 카린 호퍼 헵번 페러는 노란 장갑을 착용했고, 딸 엠마 헵번은 노란 스카프를 목에 둘러 눈길을 끌었다.

션 헵번은 "세월호 가족들이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내 가족에게 미래에 세월호 사고와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 좋은 환경 만들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 자리는 정치적인 이슈를 떠나 인도적인 차원에서 가족 대 가족으로서 마음을 같이 하기 위해 모였다"며 "(세월호) 가족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하고 싶었다. 이 장소가 계속 존재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 장소를 볼 때마다 더 이상 이런 참담한 비극이 발생하질 않길 바란다"고 기억의 숲 조성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한 416가족협의회 최경덕(성호 아빠) 씨는 "지금도 노숙 중인 가족 있다. 이 상황에서 너무 빨리 하는 추모 행사에 참여하는 것 같아 싸우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면서도 "온전히 가족들을 추모할 수 있는 그때까지 싸우느라 추모할 시간이나 휴식할 시간 없을 것 같지만, 너무 많이 힘들어 할 부모님들에게 좋은 제안을 해주신 트리플래닛과 헵번 가족에게 감사하다. 부모님들에게 한번 쉬어가는 쉼표가 될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 션 헵번 "왜 아이들이 첫 구조대상 아니었는지 의구심"

션 헵번은 한국 사회를 향한 따끔한 메시지도 남겼다.

이날 션 헵번은 한국과의 인연을 밝히기도 했는데, 그는 35년 전 한국에서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인천' 제작을 위해 1년간 한국에서 머문 경험을 전하면서 "그 당시 한국은 지금과는 매우 다르다. 그럼에도 고쳐지지 않았는 게 있는데, 그것은 기업의 탐욕"이라고 했다.

그는"기업가들이 너무 많은 것들을 바라다보니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의 '교육'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션 헵번은 "세월호가 침몰할 때 나오지 말라는 안내 방송이 있었다고 하는데, 왜 아이들이 그런 명령을 지켜야 했는지, 왜 아이들이 첫 번째로 구조대상이 되지 못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교육'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뭐가 그리 숨길 게 많은지, 또 왜 상세하게 설명되지 않는지, 이번 사고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이를 통한)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션 헵번의 아내인 카린 호퍼 헵번 페러는 "부디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세월호 유족에게 건넸다.

이날 기자회견 전 1시간 정도 세월호 가족들과 대화를 나눈 카린 헵번은 "엄마로서 유족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에 통감한다"며 "사랑하는 아이들을 잃은 가족들에게 부디 '포기하지 마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주시길 바란다"며 "그렇다면 더 좋은 발전된 모습을 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세월호 가족들을 응원했다.

세월호 실종자 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세월호 사고를 기억해 주셔서 고맙다"는 말로 화답한 뒤 "세월호 희생자들은 엄마고, 아빠고, 자식이고, 어느 한 가족의 가족이었다. 그런데 그 참사를 가족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가족이 죽어가는 걸 봤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이어 "사회를 바꾸기 위해 많은 부모가 밖으로 나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며 "엄마이기에, 부모이기에 얼마나 더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오늘로 359일째다. 딸이 아직도 세월호 속에 있다. 그게 너무 싫다. 실종자 가족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유가족이 되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금희 씨의 갑작스러운 눈물에 기자회견장은 숙연해졌다. 헵번 가족들 역시 고개를 숙이며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끝으로 이 씨는 "가족이기에, 사람이기에, 인간의 존엄성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세월호 가족들은 자신들이 직접 만든 세월호 배지를 헵번 가족에게 달아줬다

한편 나무를 심어 울창한 숲을 만듦으로써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 기념식은 10일 오후 진도에서 열린다.

진도군(군수 이동진)의 부지협조로 팽목항에서 가까운 진도군 내에 조성될 예정으로, 조성 재원은 오드리 헵번 가족이 기부한 기금에 크라우딩 펀딩을 더해 마련될 예정이다.

조성될 숲에는 은행나무가 식재되며 건축가 양수인 교수의 재능기부로 추모 시설물인 '세월호 기억의 방'이 건립된다.

기억의 방에는 희생자와 실종자 304명의 이름과 희생자들의 가족 및 생존한 아이들이 직접 작성한 메시지 등이 각인된 상징물이 설치된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