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유승민 벽을 넘지 못하면 총선·대선도 쉽지 않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야당 큰 일 났다"

한 야당 중진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보고 난 뒤 한 말이다.

8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첫 국회 연설은 중도 보수·중도 진보 성향의 내용으로 채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설의 제목이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자'였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경제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유 대표 연설을 간단하게 주요 부분만 언급하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박 대통령의 '공약가계부' 부터 더 이상 못 지킨다.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 새누리당은 재벌이 아닌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다. 경기 부양책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창조경제는 성장의 해법이 아니다"등 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과 주요 정책 기조가 잘못됐다고 비판한 것이자 야당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릴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대표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95년 새정치국민회의와 2000년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하면서 그토록 외친 구호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었다.

국민회의가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통합당→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당명을 개정하면서도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점과 경제·사회·복지·문화 정책의 토대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임을 내세우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였다.

유 대표는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양극화 해소 통찰력을 높게 평가한다"고 인정했다.
일부 야당 인사들은 노 전 대통령을 선각자로 부른 것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와 우은근 원내대표 등 야당 의원들은 당연히 미소를 짓고 박수를 보내며 "명연설이었다"고 추켜세웠다.

유승민 대표는 그러면서 야당에 공무원연금 개혁 등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고 사드 배치 등 안보 문제와 관련해선 보수 노선을 견지했다.

유 대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에 대해선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야당은 북한이 핵 공격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란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유 대표는 30쪽에 걸친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국정개혁과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절규하듯이 토해냈다.

현재의 문제점과 미래를 위한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한 유승민 대표의 대표 연설을 가리켜 '유승민식 제3의 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무성 대표는 "우리당의 입장과는 괴리감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신선하고 좋은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태근 전 의원은 "진영 논리를 극복하고 합의의 정치를 통해 당면한 문제를 개혁하자는 해법을 제시한 것은 참으로 시의적절했다"며 호평했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반면에 영남 출신을 중심으로 한 상당수 의원들로부터는 너무 많이 나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드러내놓고 비판하지 않는다.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정치연합의 박영선 의원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을 전적으로 공감하며 그의 그런 정책을 실현하는데 힘을 보탤 수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 정치인은 "지역과 이념이라는 진영 논리를 극복하자는 연설 제목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면서 "유승민 대표의 제안과 나아길 길의 모색은 야당에게 비수처럼 들렸고 그를 넘어서야 할 대상으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일부이긴 해도 야당 의원들 사이엔 야당이 제안하고 제시해야 할 총체적인 국가 혁신 방안을 유승민 의원에게 선점당해 야당의 길이 제한될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배어 있다.

또 다른 야당 의원도 "유 대표가 그런 정치 행보를 보인다는 말은 들었지만 파격적인 연설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고 두려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끊임없이 당의 인적 구성을 다양하게 하면서 이념적, 정책적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당의 이름도 자주 바꾸며 구시대적이고 수구적인 당의 색채를 여러 색으로 채색해왔다.

그래서 야당이 지금은 웃을지 모르겠으나 내년 총선과 내 후년 집권을 위해서는 유승민 원내대표 같은 개혁적이고 중도적인 여당 의원들 벽을 넘어서야만 가능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성한용 한계레 신문 정치 담당 선임기자는 "보수 정당 안에 유승민 원내대표처럼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정치를 지향하며 공동체에 애정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 유 원내대표의 연설을 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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