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수입차 가운데 팔리지 않은 재고물량은 약 6만3천대로, 3년 전보다 8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수입차 업체들이 차 값을 대폭 깎아주며 판촉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재고물량을 떨어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9일 자동차산업협회(KAMA)와 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수입물량은 전년보다 39% 증가한 25만9천339대(통관기준·상용차 제외)였다.
작년 한 해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가 19만6천359대인 점을 고려하면 6만2천980대는 팔리지 않고 쌓여 있었던 재고물량으로 추정된다.
2011년만 해도 재고물량은 8천대 수준이었지만 3년 만에 재고대수가 5만5천대 가량 급증한 것이다.
수입대수에서 재고물량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1년 6.9%에 불과했으나 2012년 12.4%, 2013년 16.0% 등으로 해마다 높아져 지난해 24.3%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2월에도 국내에 4만4천여대가 수입돼 3만7천대 가량만 팔렸다.
이 기간 재고비율은 16.7% 수준이지만 통상 하반기에 수입 물량이 대거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재고비율 역시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수입차업체들은 국내 수입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만큼 수요를 뒷받침하려면 국내로 들여오는 물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수입차업계 1위인 BMW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이 작년보다 0.6% 감소한 1만15대를 기록한 것도 물량 확보가 제대로 않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에서 배에 차를 싣고 한국으로 들어오는데 약 3개월 정도가 걸린다"며 "생산라인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는 많다보니 미리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고가 급증하면서 수입차업체들은 올 들어 공격적인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오는 9월 강화된 배기가스 배출기준인 유로6 시행을 앞두고 유로5 모델 재고떨이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유로6가 적용되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디젤차는 팔 수가 없다.
지난달 아우디의 중형 세단 A6는 차량 기본가에서 2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유로6 뿐만 아니라 올여름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BMW코리아도 SK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차 값의 17∼20%를 할인해 판매했다.
수입차업체들의 판촉 행사는 이달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4월 한 달간 2.0 TDI 블루모션을 살 경우 선납금 30%(1천170만원)을 내면 36개월 무이자 할부나 2.28%의 저금리 유예 할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은 3월에만 1천46대가 팔려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던 모델인데, 또다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 판매 중인 티구안은 유로5 모델이다.
BMW도 BMW 파이낸셜 서비스를 통해 3시리즈와 5시리즈를 구매하면 구입 후 3년 또는 주행거리 10만km 중 먼저 도래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보증 기간을 1년 더 연장해주는 '보증 연장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로5 모델이라 하더라도 유로6 모델보다 연비나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고객으로서는 오히려 싼 값에 차를 살 수 있어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무줄 수입차 가격이 소비자들과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