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CBS FM 98.1 (06:00~07:00)
■ 방송일 : 2015년 4월 9일 (목) 오전 6:38-47(9분간)
■ 진 행 : 김덕기 앵커
■ 출 연 : 변이철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장)
▶ 오늘은 '흥행하는 영화는 성공요인이 따로 있다'... 요즘 영화 흥행코드를 준비하셨다고요?
= 네. '빅데이터로 본 영화 흥행코드' 이런 제목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극장에서 영화를 아주 즐겨 보는 편인데요. 한 해 평균 4회 이상 관람합니다. 미국이나 호주, 영국, 프랑스보다 많이 봅니다.
그리고 한국은 세계 7위의 영화시장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이 시간에는 CGV가 영화관람객들을 분석한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흥행코드를 살펴보려 합니다.
= 그렇습니다. 최근에 국립국어원이 선정한 새 낱말인데요. 김덕기 앵커께서는 혹시 ‘핵꿀잼’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핵폭탄급으로 꿀처럼 달콤하게 재미있다...뭐 이런 뜻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런데 반대말도 있습니다. 바로 ‘핵노잼’인데요. 이건 ‘핵폭탄급으로 재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 ‘핵노잼’이 개봉작을 시장에 내놓는 영화 배급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단어입니다.
특정 영화에 대해 이렇게 ‘핵노잼’이라는 평가가 붙으면 바로 재미없는 영화로 낙인찍히게 되고 흥행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 그럼 첫 번째 영화 흥행코드는 ‘입소문’이라고 봐야겠네요.
= 그렇습니다. 영화판에서는 특히 입소문이 무섭습니다. 이것은 20대 사이에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빚어진 현상인데요.
이들은 특정 영화에 대해 짧은 글로 ‘좋다’ ‘안 좋다’를 뚜렷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영화는 보통 목요일에 개봉합니다. 그래서 금요일을 거쳐 토요일과 일요일 이렇게 나흘 동안의 초기 관객 반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시기의 관객 반응을 보고 극장에서는 스크린 수를 조정하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이 시기에 ‘핵노잼’이라는 입소문이 나돌면 그 영화는 아주 치명상을 입게 되는 거죠.
= 최근 상영작 가운데 입소문의 수혜를 받은 대표적인 영화가 ‘킹스맨’입니다. 이번 주말에 ‘청소년 관람불가 외화’로는 처음으로 누적 관객수 6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킹스맨’은 개봉초기만 해도 ‘19금 외화’라는 한계 때문에 이렇게 두 달이나 장기흥행을 이어가리라는 전망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비천한 밑바닥 인생이 세상을 구한다’는 통쾌함, 그리고 'B급 감성의 코믹하고 재미있는 스파이물'이라는 키워드가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에 성공한 겁니다.
최근에는 무한도전과 라디오스타 등 방송과 인터넷, 웹툰 등에서도 영화를 패러디하는 '팬덤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킹스맨 열풍'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습니다.
▶ ‘위플래쉬’라는 영화도 입소문을 타면서 '차트 역주행 현상'이 벌어지지 않았나요?
= 그렇습니다. 위플래쉬는 천재드러머를 갈망하는 학생과 그의 광기가 폭발할 때까지 몰아치는 폭군 선생님의 대결을 그린 음악영화인데요.
다양성 영화로 분류되는데도 현재 박스오피스 4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또 내일(10일)쯤에는 15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스토리가 워낙 강렬하고 전개도 긴장감이 있거든요. 드럼 비트도 인상적이고 재즈 음악을 듣는 맛도 있습니다. 역시 이런 요소들이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 CGV가 지난 2013년 2014년 개봉작 가운데 관객들이 가장 입소문을 많이 낸 영화를 조사했는데요. 1위는 '변호인'이었습니다.
그 뒤를 7번방의 선물과 국제시장, 명량이 이었는데 모두 1000만 관객이 넘은 작품입니다. 영화 흥행에 있어서 입소문의 위력이 얼마나 큰 지 입증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 40대 관객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 영화는 20~30대들이 많이 보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맞습니다. 영화는 젊은층이 더 많이 봅니다. CGV가 지난해 관객들의 연령 비중을 조사해보니까 20대가 34%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30%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40대는 26%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흥행에 있어서 40대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관객의 확장성’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제가 40대인데요. 부모님을 모시고 ‘국제시장을 함께 봤습니다’ 또 초등학생 딸아이를 데리고는 ‘겨울왕국’을 같이 봤거든요. 이렇게 40대 관객은 한 손에는 자녀 손을 잡고, 또 다른 손은 부모님 손을 잡고 영화관에 갈 수 있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흥행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거죠.
특히 20~30대 관객 비중은 해마다 줄고 있는데 40대 관객은 꾸준히 늘고 있어 내년 하반기부터는 40대 관객 비중이 30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 그렇다고 해서 영화 흥행에 있어서 20~30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겠죠.
= 영화계에서는 “2030세대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대박을 칠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죠. 20~30 관객 비중이 앞서말씀드린대로 64%에 달하니까요.
특히 흥행 영화를 보니까요.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는 30대가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30대는 20대와는 달리 미리 볼 영화를 정하고 사전에 예매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30대는 예매순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개봉작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줍니다.
그리고 개봉 이후에는 20대들이 SNS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입소문'으로 흥행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 상영이 중반에 접어들면 40대 이상 중장년층 관객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대박으로 이어지는 흥행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 물론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SNS 상에서의 영화에 대한 입소문이 중요하기 때문에 ‘SNS 홍보전략’을 어떻게 세워나가는 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모바일’이라는 영화티켓 판매채널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대의 경우 모바일에서 티켓을 구매하는 비중은 42%에 달했는데 홈페이지에서 구매하는 비중은 14%에 그쳤습니다. (현장구매 37%, 티켓판매기 7%)
마찬가지로 30대와 40대도 모바일에서 티켓을 구매하는 비중이 인터넷보다 높습니다. 이렇게 모바일에서 SNS를 통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고 또 티켓까지 구매하는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화되는 추셉니다.
그리고 비단 영화 뿐 아니라 공연이나 여행업계에서도 이런 패턴은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거든요. 그래서 모바일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의 중요성도 앞으로 더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 입소문, 40대, SNS 다 좋지만 저는 주인공, 주연배우가 여전히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 영화 흥행에 주연배우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CGV리서치센터가 조사를 했더니 가장 믿고 보는 배우는 송강호 씨로 조사됐습니다. 이어 황정민, 하정우, 최민식, 강동원, 류승룡, 김윤석 순이었습니다.
15위 권 안에 여배우로는 하지원 씨가 유일하게 13위에 올랐고 20대 배우로는 10위에 오른 김수현 뿐이었습니다.
관객들은 자신들이 믿고 보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개봉예정작에 대해서는 보통 40~60%까지 관람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