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배우다. 한 때는 '모래시계'의 청춘스타였고, 이제는 선 굵은 연기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가수다. 2003년 한 배우의 편집앨범에 작게 이름을 올렸던 그는, 밴드 36.5도의 보컬이 됐다.
8일 합정동의 작은 라이브 바. 어둠이 내려앉은 그곳에 최민수는 어느 때보다 편한 모습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음악적 동지이자 든든한 지지자인 가수 김장훈도 함께였다.
최민수는 수염을 기른 채, 파마한 단발머리를 흔들며 즉석에서 몇 곡을 뽑아냈다. 펍을 꽉 채우는 그의 거친 목소리는 사람을 노래하고 있었다.
'음악은 과정이 솔직하다'는 최민수의 말처럼, 그의 노래는 우리네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마포대교에서 죽음을 꿈꾸는 사람, 바쁘게 걷느라 하늘 한번 보지 못하는 사람, 이들 모두가 그에게는 음악이었다.
가수로 돌아온 최민수의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음악이야기를 정리해봤다.
◇ '코리안 스탠다드'의 가제, '마포대교' : 마포대교의 크리스마스 이브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식구들 선물을 사려고 마포대교를 건넜어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정말 행복해서 다리를 급하게 건너고 있는데, 오늘같은 날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차를 돌려서 마포대교 중간에 30분 정도 서있었어요. 다행히 사람이 없었고, 담배 5~6개피 피우다 왔어요. 왜 그렇게 추웠는지…. 선물도 못샀어요. 생각이 싹 들어가서 못샀는데 아내한테 혼났습니다". (웃음)
◇ '코리안 스탠다드' : 최민수가 그린 한국인, 기본의 삶
"세상에 굴러다니는 깡통이나 먼지같은 삶이라도, 거기에는 항상 희망이 있다. 우리는 비로소 땅 위에 누워야 하늘을 볼 수 있지 않느냐. 세상에 닥쳐오는 뜻 모를 일들, 모든 현상들을 다 잊어버리고 다시 한번 이 세상을 믿어봐라. 그래도 세상은 너에게 커다란 선물일 것이다. 그렇게 가사를 썼습니다".
"그냥 이 상황이 좀 우습고 어색해요. 남에 대한 친절함은 사실 우리가 아무런 대가 없이 서로 나눠야 되는 건데, 우리는 항상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어야 합니다. 아티스트가 창의성을 발휘하고 찾아갈 때는 무수한 고통이 있어요. 음악을 팔아먹고 인기를 얻기 위해 한다는 건 할말이 없죠. 저를 예뻐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내가 골라 쓸테니까 빨리 떠들라'는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아요. 그러면 무슨 의미가 있고 성찰이 있겠어요. 저는 이 분위기에 죽을 때까지 익숙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같이 있는데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아요".
◇ 배우 최민수와 가수 최민수 그리고 그냥 최민수
"음악을 할 때는 거짓말을 안해요. 연기는 대중예술이기 때문에 다른 의도로 갈 수도 있어요. 음악은 과정, 과정이 솔직해요. 지금 우리 세상이 진짜가 이길 수 없는, 거리의 가로등도 믿지 못하는 세상인데 음악은 상대에 대한 믿음이 생겨요. 본질은 같은데 즐길 수 있는 질감이 다릅니다. 노래를 할 때는 저를 내려놓을 수 있어요. 음악은 제게 합법적 마약입니다. 둘 다 제 인생이고 생활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