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대형교회 기부금 내역 공개 압박

'법적 근거 없는 압박' vs '종교기관 탈세 창구화 방지 효과'

국세청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국세청이 대형교회 등 종교 법인에 대해서도 기부금 운영 내역 등을 공개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종교기관이 세금 탈루나 자금 세탁 등 비자금 조성지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국세청에 올해부터 총자산가액 5억 원 이상이거나 수입총액 3억 원 이상인 공익법인은 법인 운영내용(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등 결산서류)과 기부금 모금, 활용실적을 오는 30일까지 국세청 공시열람 시스템에 공개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자산총액 10억 원, 수입총액 5억 원 이상 공익법인이 의무공시 대상이었지만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공개대상이 확대됐다.

2012년 말을 기준으로 모두 2만 9,509개에 달했던 공익법인 중 의무공시 대상은 3,000여 개에 불과했지만 올해부터 의무공시 대상이 대폭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의무공시 대상이 아니더라도 공익법인이 원할 경우 기부금 운영내역 등을 공시할 수도 있게 됐다.

종교계의 반발 등으로 의무공시 대상에서 빠진 종교법인도 개별 법인이 원할 경우 자율적으로 기부금 공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법인세 신고를 앞두고 공익법인들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하며, 종교 법인에도 기부금 공시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국세청은 자산 5억 원을 넘어서는 서울 강남의 대형교회 등을 중심으로 '기부금 자율 공시 가능' 등을 적극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 '부당한 압력' vs '종교법인 투명성 강화 조치'

국세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부당한 압력'이라는 주장과 '종교법인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 맞선다.

종교법인들은 '국세청이 법적 근거 없이 기부금 공시를 압박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헌금(기부금) 공시를 하려면 신자(기부자) 주민등록번호 등이 필요한데 주민등록번호 기재 없이 헌금(기부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세청이 요구하는 양식대로 기부금 공시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국세청이 계도기간 없이 기부금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종교법인도 기부금 자율공시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안내했을 뿐 기부금 공시를 강요하지는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인세 신고를 앞두고 변경된 내용을 설명하는 일반적인 안내였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들 대형교회들이 기부금 자율공시에 나설 경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2012년 기준으로 5조 1,260억 원에 달하는 종교법인 기부금 활용내역이 윤곽을 드러내면 종교법인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교회들을 시작으로 종교 법인들이 법인 운영내용과 기부금 모금 및 활용실적 공개에 나설 경우 종교기관들이 범죄창구로 악용될 소지를 상당부분 막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

실제로 최근 방위사업 비리혐의로 구속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은 러시아 측에서 받은 수수료를 일광공영 은행계좌로 보내지 않고 교회에 기부금 형식으로 800만 달러(약 90억원)를 보낸 뒤 교회로부터 채무변제 형식으로 이 돈을 송금 받는 등 교회를 탈세 창구로 활용한 혐의 등으로 2010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09년에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을 종교단체에 기부금으로 가장해 반입한 의류제조업자가 국세청으로부터 12억원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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