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의 내용과 형식(준비과정)면에서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요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유승민 데뷔연설의 핵심내용은 야당보다 더 야당적인 정치관(觀)과 당파성, 조세와 성장잠재력 확충, 재벌정책에서 박근혜 정부와의 분명한 차별화였다.
그는 15년 의정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정치철학을 일목요연하게 피력할만한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 그동안 파편적으로 밝혀오던 국정어젠다에 대한 소신을 체계적으로 밝힐 기회를 갖게 됐고 이날 연설은 그의 정치소신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정치에서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잣대로 여겨졌던 '분배문제'를 언급하면서 "새누리당은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겠다"고 밝혔지만 그가 말하는 국민은 기득권세력의 반대편에 있는 이른바 '갖지 못한자'를 가리킨다.
유승민 대표는 연설에서 "가진자, 기득권세력, 재벌대기업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다"고 밝혔고 이들의 행복을 위해 당이 존재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양극화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그의 당파성이 뚜렷이 드러난다.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함에 있어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했고 양극화 해소의 방편으로 자유시장경제와 한국자본주의의 결함 수정을 상정하고 있다.
세금과 복지 정책에서는 박근혜 정부와 분명한 차별성을 보이며 각을 세웠다. 공약가계부는 더 이상 지킬수 없다거나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는 발언도 그렇고 중부담-중복지를 위한 증세에서도 현정부와 확연한 입장차를 보였다.
조세원칙과 관련해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에서 그가 어떤 생각의 소유자인 지 드러난다.
그는 성장정체 위기는 노동 자본 기술 등 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소, 즉 펀더멘탈에서 기인한 문제로 누대 정권에 걸쳐 반복돼 온 단기부양책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부총리의 이른바 초이노믹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대안으로 ▲저출산 해결 ▲고용확대 ▲국가R&D전략 수립 ▲산업구조조정 ▲재벌개혁 ▲사회적경제로의 한국자본주의 진화를 거론했다.
유승민 대표가 이른바 '보수의 새로운 지평'이라고 밝힌 자신의 정치관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여당 원내대표의 입에서 나올 것 같지 않은 내용들이 여당 원내대표의 입을 통해 나온 측면이 크다.
연설내용은 전혀 새누리당적이지 않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당으로 비쳐져 온 것이 사실이고 실제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재벌이나 대기업 감세에서도 입증이 됐고 최근에는 세수가 부족해지자 가진자보다는 갖지못한자의 주머니에 먼저 손을 댄 것만 봐도 정체성을 가늠할 수 있다.
연설의 내용이 워낙 튀었기 때문에 당내에서는 국회의원 유승민의 연설이지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연설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지만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이 "명연설이었다"는 평가를 내놓는 보기 드문현상이 빚어졌다.
내용 뿐아니라 연설 준비과정도 남달랐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연설이 있기 2주 전부터 손수 원고를 작성했다. 그는 "저는 본래 연설문 원고는 제가 씁니다"라고 말했다. 준비 과정에서 원내부대표단, 정책위 전문위원들과 1차례씩 회의를 가졌을 뿐 초고를 만들어 독회도 하지 않았고 사전에 당내에서 검증을 받지도 않았다.
과거 이회창 총재 시절 보좌진으로서 여의도연구원장으로서 연설문을 자주 작성해 본 경험도 작용했지만, 그보다는 다방면에 걸친 지식과 관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누구도 거리끼지 않는 방식으로 현 정권과 차별화를 꾀하고 더 나아가 보수가 장기적으로 지향해야할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보다 큰 정치의 첫발을 뗐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