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행정자치부와 인사혁신처 간의 인사교류가 있었습니다.
두 기관이 서로 맞바꾸는 인원은 모두 18명입니다.
원래 같은 부처 소속이었으니 인사교류를 하는 것이 이상할 것 없는 일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복잡합니다.
행자부는 서울에 그대로 남는 반면, 인사처는 세종시 이전이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입니다.
행자부에서 인사처로 지원한 인력들은 대부분 부부 가운데 1명이 이미 세종청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사처는 사정이 다릅니다.
서울에 잔류할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갑작스럽게 세종시 이전이 결정되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이번 인사교류에서도 인사처의 행자부 지원률이 월등히 높아, 선정에 애를 먹었다는 후문입니다.
경쟁률이 10대 1이 넘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도 흘러나옵니다.
인사처 본부 인원이 350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전 직원의 절반 가량이 행자부로 되돌아가고 싶어 했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세종시 이전이 큰 부담이라는 반증입니다.
국민안전처도 행자부와 인사교류를 앞두고 있는데, '이미 갈 사람은 다 간 것 아니냐'는 푸념이 나오고 있습니다.
세종시로 갈만한 사정이 있는 행자부 직원은 이미 인사처로 옮겼으니 국민안전처를 지원할 직원이 더 있겠느냐는 의미겠지요.
이번에도 행정자치부는 이전 대상에서 쏙 빠졌다며 불만을 표출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습니다.
◇ 두 부처 세종시 이전에는 이완구 총리가 있다?
중앙 부처의 세종시 이전은 올해 3월 3단계 이전이 이뤄지면서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그러나 서울에 남기로 결정된 안전행정부가 세월호참사 이후 3개 부처로 쪼개지면서 문제가 복잡해졌습니다.
소방방재청과 해경, 안행부 안전본부가 합쳐진 국민안전처는 원래 이전 대상 기관인 소방방재청이 있었던 만큼 세종시로 이전해야한다는 주장이 충청권에서 제기됐지만, 재난대응의 컨트롤타워가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인사처 역시 대통령의 인사업무를 보좌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서울 잔류를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두 부처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두 부처의 이전 결정이 타당성 검토나 충분한 논의 과정없이 밀실에서 느닷없이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23일 밤, 이완구 총리와 김무성 여당대표, 이병기 비서실장이 은밀하게 만났습니다. 명실상부한 당·정·청의 실세들입니다.
두 부처의 이전은 바로 이 자리에서 결정됐습니다.
인사처의 고위직에 있는 공무원조차 아침에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할 정도니 사전 어떤 협의나 논의과정이 전혀 없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소통을 위해 모이기로 해놓고 정작 소통은 이뤄지지 않은 셈입니다.
또 한가지 문제는 이완구 총리가 두 부처의 이전을 주장했다는 점입니다.
잘 알려진대로 이완구 총리는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법 개정에 반대해 충남 지사직을 내던진 전력이 있습니다.
그만큼 세종시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말입니다.
이완구 총리의 세종시에 대한 애정은 물론 '국가의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 때문이겠지만, '충청권의 발전'이라는 다른 속내도 없다고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실제로 이 총리는 충남지사 시절 '수도권의 규제가 완화되면 충청권이 가장 피해자'라며 당시 김문수 경기지사와 설전을 벌인 일도 있습니다.
만일 이완구 총리의 정치적인 판단 때문이라면 두 부처의 이전이 과연 적절한 조치인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세종시 이전이 이미 2년을 넘어섰지만, 이전 기관 공무원들은 여전히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두집 살림을 하거나 왕복 5시간이 넘는 거리를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국회와 청와대가 서울에 남아 있는 한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 감수해야 할 공무원들의 희생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2년간 세종시에서 근무하다 인사처로 자리를 옮긴 어떤 여성 공무원은 기자에게 "2년간 살다 오니 더 내려가기 싫다…"며 넋두리 비슷한 푸념을 했습니다.
그만큼 세종시의 생활이 만만치 않았다는 말입니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다녀온 후 젊은이들의 중동 취업을 독려한 발언이 시중에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 뒤 김무성 대표가 노량진 고시촌을 방문했습니다.
김 대표 주위에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들었고, 어떤 젊은이는 이런 피켓을 들고 있었습니다.
'니가 가라 중동!!'
세종시로 내려가야 할 두 부처의 공무원들은 어떤 말을 하고 싶을 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