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원내대표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중부담 중복지'와 '안보에서는 정통보수'라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설파했지만 경제 문제에 대한 해법과 관련해서는 최경환 부총리의 정책과 결이 다른 말들을 쏟아냈다.
유 원내대표는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그리고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적인 원칙까지 같이 고려하면서 세금에 대한 합의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현재의 경기위축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며 법인세 인상에 신중한 최경환 부총리의 정책방향과는 결이 다른 말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또 "IMF 위기처럼 극심한 단기불황이 찾아오지 않는 한, 단기부양책은 다시는 끄집어내지 말아야 한다"면서 "그 대신 장기적 시야에서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데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경기회복을 위해 10조원을 투입해 부양책을 쓰기로 한 최경환 부총리의 정책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부분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어진 연설에서 "정부는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에게 임금인상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청년일자리를 늘려 달라고 호소하고 청년고용에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정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해 소비가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재계를 향해 임금인상을 요구한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과는 다른 부분이다.
유 원내대표는 또 "재벌그룹 총수 일가와 임원들의 횡령, 배임, 뇌물, 탈세, 불법정치자금, 외화도피 등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 보통 기업인들과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대통령, 검찰, 법원은 재벌들의 사면, 복권, 가석방을 일반 시민들과 다르게 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연말부터 일었던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론에 대해 여당 2인자가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힌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기업인 가석방도 가능하다는 최 부총리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부분이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현정부 경제사령탑인 최경환 부총리에게 또다시 공개적인 쓴소리를 함에 따라 향후 당정 협의나 입법, 예산처리 과정에서 적지 않은 충돌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