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영어마을' 동구 국제화센터, 결국 문 닫는다

2008년 '영어마을' 유행 속 탄생…구 재정난 가중·새 운영자 찾지 못해

대전 동구가 '통학형 영어마을'을 표방하며 지난 2008년 설립한 국제화센터가 새로운 운영 사업자를 찾지 못하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이호덕 대전 동구 부구청장은 6일 대전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3차례에 걸쳐 민간위탁 전국 공모를 진행했지만 나서는 곳이 없었고, 구 자체적으로 맡기에는 재정적으로 여의치 않다"며 운영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 부구청장은 "동구는 대전에서 유일하게 자체수입으로 인건비도 해결이 안 되는 자치구"라며 "매년 15억원씩 구비를 들여 센터를 유지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국제화센터는 설립 당시 부지매입비와 시설비에 63억원, 이후 동구가 매년 15억원 가량을 들여 수강료 일부를 지원해왔으며 지난해까지 웅진싱크빅이 운영을 맡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로 웅진싱크빅과의 계약이 끝난 뒤 새로운 업체를 구하지 못하면서 운영에 차질을 빚어왔다.

대전지역의 한 대학과도 논의를 진행했지만 진전을 보진 못했고,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에서도 재정 부담을 이유로 국제화센터를 맡는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동구의 재정난은 국제화센터의 존폐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동구는 인건비와 기초연금·무상급식 구 부담분, 필수경비 등 6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편성 못한데다 신청사를 지으면서 진 빚도 매년 60억원씩 갚아야 되는 실정이다.

국제화센터는 지난 2010년에도 재정난을 이유로 동구의회가 대전시교육청에 센터 매입을 요청하는 건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동구가 센터 운영을 포기하면서 지역의 표정은 엇갈리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갑작스러운 센터 운영 중단에 실망감이 적지 않은 상태다.

동구가 사실상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구 살림'의 책임을 주민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이번 사태를 초래한 근본 원인을 짚어봐야 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국제화센터 설립을 처음 결정할 때 사업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끌어갈 수 있는지 면밀히 살폈어야 된다는 것.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파주 영어마을과 같은 시설을 자치단체에서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던 때"라고 지적하며 "동구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구 재정상황, 또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일단 하고 보자' 식 행정이 구의 부실을 키우고, 결국 주민 피해로 돌아온 것은 아닌지 되새겨봐야 된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복지비 증가가 겹치면서 미래에 대한 투자는 생각지도 못하는 자치단체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한편 대전 동구의회가 7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하는 등 지역의 파장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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